요즘 매일 아침 두 번에 걸쳐 깨어난다. 새벽이면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는 목소리들에 한번 깨었다가 다시 잠이 들고 이어서 위층에서 치는 피아노 소리에 다시 한 번 깨면 확실히 일어나는 시간이다.
어쩌다 산에 오르는 것도 아닌데 새벽마다 산에 오르면서 그렇게 큰 소리를 외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던 중 어느 날 산에 오르다가 쉬는 길목마다 한 장의 호소문이 붙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간신히 잠든 학생들과 노약자들을 위해 아침 일찍 큰 소리 내는 것을 자중해달라는 정말 간절히 부탁하는 글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사람들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싶으면서 이제부터는 새벽이 조용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알아채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고 계속 '야호'를 외치는 소리는 이제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오후에 들리던 윗집의 피아노 소리는 얼마 전부터는 아침에, 오후에 저녁에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들리기 시작했다. 낮에는 대개 다른 일에 신경 쓰느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아침시간에는 한창 꿈속의 나를 불러내기 일쑤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가 그렇게 듣기 괴로운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곡을 또는 연습이 필요해서 그렇게 오래 앉아 피아노를 치던 때가 있었는데 혹시 그 때 주변의 누군가가 지금의 나처럼 듣기 괴로웠지 않았었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보통 나는 주변의 소음에 대해 무척 둔한 편이다. 웬만해서는 위아래 층에서 나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내 하는 일과 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많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이 느끼고 사는 고통을 전혀 모르고 살아왔는데 새벽의 환희에 찬 소리와 감미롭게 들려야 할 피아노 소리로 인한 괴로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 내가 찬양하는데 열중해서 몇 십 곡을 쉬지 않고 부를 때가 있는데 혹시 누군가 그것도 듣기 괴로울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아무리 더워도 창문과 문을 다 닫고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이 될 수도 있으며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환영받지 못할 수 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Safety is not found in the absence of danger but in the presence of God.
안전함은 위험이 없을 때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느낄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들의 합창 (0) | 2005.08.19 |
---|---|
삼국지 (0) | 2005.08.18 |
新풍속도(5) : 노래방에서 스트레스 풀기 (0) | 2005.07.23 |
新풍속도(4) : 찜질방에서 놀기 (0) | 2005.07.22 |
新풍속도(3) : 학교운동장에서 달리기 (0) | 2005.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