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무지개

평화 강명옥 2005. 8. 2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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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갯벌에 서서 정말 오랜만에 무지개를 보았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하늘까지 반원으로 뻗쳐있던 무지개는 사진 두 방을 찍는 동안 서서히 옅어지면서 사라졌다. 언제 무지개를 봤던가 기억이 아득하고 그냥 기분이 좋았다.

 

성경공부반 성도들과 강화도 동막 해수욕장 근처의 펜션으로 수련회를 다녀왔다. 두살배기 아기부터 40대 후반 어른들까지 7가정 20명이 함께 하였다. 교회 집사님이 운영하는 펜션은 바닷가 가까이 있어 바다 바람과 마니산 바람이 맞부딪쳐 엄청나게 시원하였고 문을 제대로 열고 닫기가 힘들만큼 강했다.

 

미리 도착한 사람들이 삼겹살을 구울 준비를 해놓는 동안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바닷가로 나가 하늘을 즐기고, 바다의 수평선을 즐기고 바람을 즐겼다. 아이들은 아예 온 몸을 적실만큼 바닷물에 들어가 한참을 놀았다.

 

별이 유난히 잘 보이는 하늘 아래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 속에서 먹는 삼겹살은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이 끝나기도 전에 맛있게 다 먹었고 따뜻한 커피가 느긋한 여유를 주었다. 아이들은 방에서 자기들끼리 어른들은 거실에 둥글게 둘러앉아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믿음, 교회, 사회, 교육, 입시, 가정, 고향, 한류, 중국, 교포, 선교, 성경, 시집살이, 부모님, 자식들, 노인문제 등등....이야기 주제는 끝이 없이 나왔고 느낀 것은 다들 소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성실한 우리들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자유롭게 밤12시까지 넘게 이야기 하다가 주일에 각자 맡은 일들이 있어 아침에는 1부 예배 참석자는 일찍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조금 느지막하게 떠나기로 하고 잠자리를 폈다. 조금 작은 3층에는 남자들이 그보다 큰 2층에는 아이들과 여자들이 함께 자는데 이부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우니 본격적인 야유회를 온 듯 했다. 두런두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컵라면, 우유, 빵, 짜장밥 등을 가볍게 해먹고 교회로 출발하였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성도들이 한참 더 가까워진 듯 느꼈다. 동기간들보다 더 자주 보는 교회 식구들은 교회를 옮기지 않는 한 평생을 가장 자주 만나는 관계이다. 유난스럽게 가깝지 않지만 언제 봐도 편안하고 푸근한 이웃이다.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가는 길에 부족한 잠으로 인해서 깜박깜박 조는 가운데 무지개만큼 고운 빛깔의 정이 내 마음에 감도는 것을 행복한 마음으로 느꼈다.


 

When you trust Jesus here on earth He writes your name in heaven.
 당신이 세상에서 예수님을 믿을 때 주님께서는 하늘에 당신의 이름을 기록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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