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헛되고 헛되도다 그러나...

평화 강명옥 2005. 9. 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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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너머로 보이는 숲의 나무들이 아직은 창창 그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침저녁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벌써 시원하고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보니 푸른 나뭇잎들 가운데 조금씩 빛 바랜 잎들이 들어온다.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잎들을 보자니 새삼 저 잎들이 겪었을 날들이 생각되어진다. 모질게 부는 바람에도 꿋꿋이 나무에 붙어 있노라니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며 종일 내려 쬐는 뜨거운 햇볕에도 말라죽지 않느라고 기를 쓰고 땅으로부터 흡수하는 수분을 빨아들이기에 얼마나 고달팠을 것이며 퍼부어 대는 비에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죽을힘을 다했을 것인가? 그렇게 해서 저 나뭇잎들은 무엇을 한 것인가...그것이 오늘날 저렇게 살아남게 한 것일 것이다.

 

한 나무에도 맨 위에서 가장 먼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잎이 있고 가장 밑에서 햇볕을 받으려면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잎들도 있다. 그 중간에 숱한 잎들이 각자 있는 위치에서 무엇인가를 주장하며 이리저리 끊임없이 흔들린다.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식이 진행되는 동안 식장에 있던 커다란 화분의 나뭇잎들을 유심히  보았던 적이 있다. 그보다 삼 년 전 중학교 졸업식장에서 여러 번 단상에 올라가느라 바빴던 때에 비해 별로 단상에 오르내릴 일이 없어 시간이 많았던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정상을 차지하려고 노력하던 것이 뜻 없이 느껴진 이후 공부와는 상관없는 책 읽기에 몰두했던 결과였기에 당연하였음에도 졸업식장에 앉아 있는 가슴에는 허허로운 바람이 불었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나뭇잎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저 맨 위에 올라붙은 나뭇잎이나 중간에 있는 나뭇잎이다 간신히 밑에 달려 있는 나뭇잎이나 크기와 색이 다르다 해도 모두 같은 나뭇잎이다라는...

 

그 10대에 경쟁에 대해 흥미를 잃게 했던 허무한 바람은 계속 불었고 이후 어느 자리에서도 열심히 살았지만 그 결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를 가지게 했다. 전도서의 전도자와 같은 마음으로 지냈던 그 시기는 내가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하나님께 돌아온 시기와 같다.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전도서 1:2-3)

 

하나님께 다시 사로잡혀 돌아온 이후 그 바람은 그쳤다. 내가 여기 온 것도 하나님의 뜻이요 그동안 내가 살아온 흔적이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뭇잎 하나 하나가 다 같은 나뭇잎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의 유일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기도하게 된다.

 

'자녀로 삼아주신 것 감사합니다. 갈 길 인도하여 주시고 주신 소명 감당하며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다시 바라본 창 밖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들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를 외치는것처럼 보인다. 그래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A man's heart plans his way, but the Lord directs his steps. - Proverbs 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 잠   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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