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별로 다툰 적이 없다. 성격이 둘 다 급하면서도 독특하게 느긋한 면도 가지고 있어서 어긋날 일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다가 섭섭함을 느낄 때도 있고 작은 것을 가지고 삐질 경우가 있는데 3000일을 넘게 같이 살았으면서도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럴 때는 평소 싸우지 않는 우리 둘에게는 상당히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에 해당되고 서로의 마음 속에 경계경보가 울리는 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둘 다 그런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돌이켜 보니 주로 내가 삐지는 쪽에 해당되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가지 못한다.
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남편은 정말 놀랄 정도로 빠르게 가장 귀여운 애교(?)를 부려 나를 웃게 만드는 바람에 더 이상 화난 척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 반대 상황이면 내가 무조건 두 손들고 나의 행동에 대해 회개를 한다. 원인 제공자가 상대방을 풀어주는 것이 살면서 자연스러운 방법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색한 상황이라는 것이 하루를 넘기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도 내가 남편을 너무 좋아하고 이뻐하다 보니(?) 둘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못 참는 다는 것이 정직한 이유일 것이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여러 번 외출하려는 남편이 입고자 하는 와이셔츠를 제 때 다려놓지 못해 막 다린 뜨끈뜨끈한(?) 와이셔츠를 입게 한 적이 있다. 평소에도 더위를 타는 남편으로서는 열 받을(?) 일이었겠는데 그럼에도 무단히 참다가 다른 일이 터지는(?) 바람에 지적이 되었다. 평소 발동이 걸려야 다림질을 하는 습관이 있어 발생한 일이다.
덕분에 밀린 다림질 한꺼번에 해치웠다. 다림질 하면서 연신 웃음이 나왔는데 그것은 더운 날씨에 뜨뜻한 와이셔츠를 입으면서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던 남편의 참을성과 무던함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참 사람은 왜 무안하면 웃음부터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간만에 남편의 퉁퉁(?) 부은 얼굴을 보았는데 그 얼굴도 왜 그리 이쁘던지....
Life's tragedies are a call to reflect and repent.
인생의 비극은 반성과 회개로의
부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