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징크스(2)

평화 강명옥 2005. 8. 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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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출근을 했는데 도저히 몸이 추스러지지 않아 결국은 다음날 다시 입원을 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전화를 했을 때 상사로부터 들었던 소리가 그렇게 자주 아프고 해서 나하고는 도저히 일을 못하겠으니 사표를 내달라는 이야기였다. 황당하다는 생각에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는데 얼마가 지나 연락이 왔다. 일이 많아 도저히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며 새로 들어올 사람도 있는데 사람을 뽑으면 그만두겠다는 각서라도 보내달라고 해서 병원 사무실 팩스로 보내주었다.

 

병원 사무실 직원들이 팩스 내용을 보고 놀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고 하는데 그냥 웃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겁 한 일은 내가 입부 면접 때 건강하지 못하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면접 때 바로 직전의 직장을 그만 둔 것이 건강이 좋지 못해서였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병원에 두 달을 입원해 있는 동안 십 몇 년 전에 그만 둔 옛 직장의 동료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현 직장에서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퇴원하기 며칠 전 바로 밑의 직원이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더니 지금 직속상사와 인사과 책임자와 직원들까지 같이 문병을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는데 온 사람들은 잠시 병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는 바로 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이제 그만 사표를 내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받을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렇게 짧게 근무해놓고는 어떻게 권리를 받을 생각을 하려고 하느냐는 인사책임자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정말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내가 한 말이 고작 "말씀 그렇게 하시는 게 아닙니다"였다. 그 다음날 아침 전날 직원들이 가져온 과일바구니를 가져온 상태 그대로 택배로 다시 보냈다.

 

그리고 두 달 후 매일 병원에 다니는 생활을 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으나 결국 원하는 대로 사표를 써서 보내주었다. 이후 내가 근무했던 그 직장은 시내를 통과하면서 여러 번 지나가기는 했으나 들어 가 본 적이 없다.

 

내가 여러 가지 일을 해오면서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관이라 생각했고 출근부터 밤늦게 퇴근할 때까지 내 일과 일터를 사랑하며 지냈다.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기관에서 나의 역할이 거기까지였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인식하지 못하고 지냈지만 '직속상관으로부터의 공격'이라는 징크스가 거기서도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벌써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저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나의 교만이 또 하나 깨졌구나 하는....어디를 가든 사람들과 잘 지내고 모든 여건이 좋을 때 그리고 내가 떠나는 것을 모두 서운해하고 섭섭해 할 때 내가 선택해서 떠난다는 자부심으로 생각했던 교만을 깨뜨리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Hold tightly to what is eternal and loosely to what is temporal.
 영원한 것은 꽉 붙잡고 일시적인 것은 느슨하게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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