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잃어버린 계절들

평화 강명옥 2003. 7. 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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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교통사고를 당한 이래 내 생활에서 일상과 계절이 실종되었다.
50일간의 입원과 퇴원후의 통원치료로 인해 원하지 않는 치료를 목적으로 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오전 늦게 아니면 오후에 일어나 매일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고 일주일에 두 번씩 통증치료를
받으러 가다보니 모든 활동을 접게 되었다.
이제는 멀쩡한 날씨에도 온 몸이 쑤시고 손가락 발가락 무릎이 아파 오면 하늘을 보게 된다.
틀림없이 곧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이기에...

그리고 이 봄, 몇 년 전에 생긴 혹으로 인해 몸 상태가 점점 나빠져 수술을 받았다.
10시간이 넘는 마취에서 깨어나니 그 통증이란...
간호사에게 차라리 수면제를 맞춰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안된다고 해서 진통제를 맞았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괴롭더니 20일정도 지난 요즈음은 그래도 살만 하다.
하루 한번씩은 집 앞 골목길에서 걷는 연습도 한다.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면서 드는 생각.
내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도 이리 힘들었었을까?

병원에 오신 목사님과 권사님들에게 이렇게 번번이 병원에서 심방을 받게되어 참 민망한
일이라고 하였더니 그러지 않아도 병원 오는 길에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마지막 병원
심방이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이제 외국에 나가면 몇 년간 보지 못할 거라고 거하게(?) 환송회를 해준 친구들은 불과 얼마
안되어 병원으로 다시 들 찾아왔다.
고마운 일이다.
4월 중순 출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친구들과 후배들이 잘 가라는 인사를 하려고 한 전화들을
병원 침대에서 거의 받았다.
5월말로 출국을 미뤘다는 대답과 함께 5월에 보자고 들 약속을 했는데 어떨지...

계속 환자 생활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엄청 잘 쉬고 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까, 통증에서 벗어나 볼까, 밤에 잠을 제대로 잘까...
이렇게 쉬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건강한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도 모르고 함부로 써버린 결과라는 자책도
하게된다.
'있을 때 잘해' 어디서 들었던가..
정말 건강할 때 건강에 신경 쓰고 지내야 할 것 같다.

2월말에 해외발령을 받아 외국에 나가 있는 남편은 매일 전화를 한다.
"오늘은 어때? 아무 생각하지 말고 편안히 있어..."
그 남편의 목소리가 내게는 진통제이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 잃어버린 일상과 계절들에 대한 보상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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