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후배

평화 강명옥 2003. 7. 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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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선배님' 또는 '누님','언니'라 부르는 후배들이 상당히 많다.
기숙사에서 친 형제자매처럼 같이 지내며 공부한 대학원 시절을 보낸 덕분이다.
그리고 기수가 멀리 떨어진 후배들도 처음 만나도 늘 알던 사람처럼 친숙하게 대하게
되는 대학원의 전통과 풍토 때문이기도 하다.

그 후배들 중 나이가 이미 상당히 들었음에도 자신들의 꿈을 좇느라 바빠서 미처
제 짝을 찾지 못하고 사는 후배들이 꽤 있다.
더 정직하게 말하면 아직 제 짝을 만날 때가 덜 되었거나 아니면 눈이 보기보다
높은(?) 탓에 짝을 못 본 경우도 있다.

며칠 전에 그 후배들 중 한 후배에 대한 꿈을 꾸었다.
매년 대학원을 방문하여 교수님들과 선.후배들이 어울리는 홈커밍데이행사가 올해
5월에 있었는데 몸이 힘든 상태라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꿈속에서 실제로는 가지 못한 그 홈커밍데이가 열렸고 참석을 하였다.
후배가 오더니만 삐진 표정으로 한 마디 한다.
"제가 돌아오는 9월 27일에 결혼을 하는데 누님은 왜 제게 관심도 없으세요?"
아마 내가 몇 마디 변명의 말을 했던가 그러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성격이 활달하여 선후배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며 학교 일도 많이 하는 후배다.
하는 짓이 밉지 않아서 그동안 친척이며 후배들이며 여러 사람을 소개했음에도 잘
이뤄지지 않았던 터라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동안 제 짝을 만나 결혼결정까지 하였는가 싶어 전화를 해보았다.
물어보았더니 신통하게도 이틀 전에 친척이 중매를 해서 선을 보았고 선본 다음날
집안 어른들도 그 아가씨를 선보았는데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었다는 것이다.
본인도 상대 아가씨도 서로 괜찮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단다.

내가 꿈 이야기를 하였더니 놀라면서 이번에는 장가를 가는가보다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누님이 꿈을 꾸었다면 인연인 것 같다고 하며 날짜까지 확인을
하는데 이거 이러다가 내 꿈 때문에 결혼했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데이트를 시작하는 후배가 좋은 추억을 갖고 정말 인연이라면 결혼까지 잘 성사
되기를 바란다.
전화를 하고 나서 9월 27일이 대체 무슨 요일인가 싶어 달력을 찾아보았더니 마침
토요일이다.

느닷없이 꿈속에 나타나 제 결혼날짜를 이야기한 후배가 정말 그 날짜에 결혼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될 때는 가끔씩 꿈속에
보일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그 경우인 것 같다.
중보기도가 한 줄 더 늘었다.


Opportunities to be kind are never hard to find.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찾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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