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가다

평화 강명옥 2003. 7. 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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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축구를 보러갔다.
현대입사동기 가족모임을 한국과 우르과이의 친선경기를 보면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내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이동하는 틈에 끼어 경기장으로 가는동안
작년 월드컵의 열기가 생각났다.
입구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재미있으면서도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이 맛에 경기장을 찾는 것이겠다 싶었다.

하나둘씩 동기가족들이 나타나는데 다들 옆에 키가 다 큰 처녀총각들을 동반했다.
21년 전 사회초년병으로 만나 자주 모이면서 가끔씩 가족 모임을 가지고는 했는데 그 때
따라왔던 꼬맹이들이 몇 년 보지 못한 사이 어느새 다 자란 것이었다.
새삼 벌써 세월이 이렇게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모일 때까지 이야기하는 동안 이젠 다촛점 안경이 필요하다는 둥 몸이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한다는 둥의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긴 내일 모레면 다들 오십이니...

경기장 안에 자리잡고 내려다보는 운동장은 말 그대로 그림 같았다.
붉은 악마들 자리에서 대형태극기가 펴지는 것을 직접 보는 것도 장관이었다.
생각 외로 선수들 뛰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와 관전하기가 좋았다.

응원은 붉은 악마들이 선창하는 대로 다들 따라했고 응원 자체가 놀이였다.
우리 팀의 패스하는 모습이 가끔씩 불안불안 하다 싶었는데 그만 두골을 내주고 말았다.
골문을 비껴 가는 슈팅이 터질 때마다 아쉬워하는 탄성소리는 말 그대로 탄식이었다.
끝끝내 우리의 골이 터지지 않는 바람에 열화 같은 함성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2002 뜨거운 열정과 감동을 다시 한번」, 「Welcome to your tomb」,
「FIFA 랭킹 1위하는 그날까지」,「2006 꿈 ☆은 다시 이루어진다」,
「아시아의 호랑이 세계를 집어삼켜라」,「네가 서 있는 곳이 네가 지배하는 곳이다」,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봐라 무한질주 이천수」,「박지성 그의 날개짓이 세계를 지배한다」,
「한국축구에 맞서는 자 죽음뿐이다」,「한국축구의 또 다른 전설을 기대한다」...

다음 번에는 경기장에 죽 붙여진 플랭카드의 내용이 실현되기를 바라면서 경기장을 나왔다.


In serving the Lord, it's always too soon to quit.
주님 섬기는데 있어 포기하는 것은 언제나 성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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