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계양천 산책로에서

평화 강명옥 2003. 7. 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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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퇴원해서 본격적인 요양생활을 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웬만큼 회복이 되어서 집 앞에서 걷기를 꾸준히 하게 된 열흘 전 막내 동생 집으로 옮겼다.

동생 집 근처에 김포시에서 만든 계양천 산책로가 있어 요즈음 매일 산책을 나간다.
이런 저런 병으로 환자인 내게 건강해지는데 우선 인 것이 걷는 것이라 조금 무리이다 싶게
실천을 하고 있다.

산책로 옆길 화단에는 분홍색 패랭이꽃과 자주, 보라, 노랑색의 팬지가 한창 그 이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장미도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화단 옆 냇가에는 여러 풀들이 자연스럽게 수북하게 자라 그 건너편의 논들과 어우러져 여기가
평야지대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산책로는 늘 다양한 모습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대부분은 걷지만 게 중에는 뛰는 사람들도 있고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어울려서 걷노라면 건강과 운동이 중요한 일상생활의 주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걸으면서 기도하다가, 하늘 보다가, 꽃을 보다가, 새소리를 듣다가 하다보면 왕복 5키로가
그리 긴 거리로 느껴지지 않는다.
때로는 끝없이 떠오르는 여러 생각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걷다가 문득 강한 꽃향기가 느껴져
깜짝 생각에서 깨기도 한다.

치료 때문에 그리고 전세계를 뒤흔드는 사스 때문에 미뤄진 출국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시간에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지내고 있는 요즈음에 매일 하는 생각.
계획은 인간이 세우나 그것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내일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있을지는 오로지 하나님만이 아신다.

오랜만에 아무 계획 없이 그저 걷는 산책로 여기저기에서 하나님의 귀한 선물들을 보며 느끼며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을 아주 잘 살았다.'


We don't need more to be thankful for, we just need to be more thankful.
감사할 조건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만 더욱 감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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