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월하빙인(月下氷人)

평화 강명옥 2003. 7. 8.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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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하게 월하빙인이 되었던 적이 있다. 언제 봐도 늘 싱글싱글 웃는 좋은 인상의 대학원 후배와 성실하고 착한 교회 자매를 소개시켜준 것이었다.


두 사람 다 늦다면 늦은 나이였는데 착실하다는 것과 착한 인상이 비슷해서 짝이지 싶었던 것이었다. 처음 둘을 소개해주고 나서 들은 말이 자신의 상대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아닌 것이 아니라면 몇 번 더 만나보라고 하였다.


결과는 만난 지 한 달만에 결혼을 결정하고 몇 달 후에 결혼을 해서 지금은 아빠를 닮아 늘 싱글거리는 건강한 아들의 부모로 살고 있다. 내가 마음속에 담아두고 중보기도를 하는 가족이다.

그리고 세 해전에 또 한 쌍의 짝을 소개해 주었다. 남성은 교회 권사님의 아들이고 여성은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이었다. 주일 오후 성가대 연습이 끝나면 권사님과 자주 같이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직원은 같이 일을 하면서 하는 행동이 고와서 시간이 갈수록 예뻐했었던 직원이었고. 이상한 것은 교회를 가서 권사님을 만나면 그 직원 생각이 나고 사무실에 가서 직원을 보면 권사님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나게 해준 이 쌍은 주일이면 같이 교회를 다니면서 이쁘게 데이트를
해왔는데 드디어 결혼날짜를 잡았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되도록 주변에서 어울리겠다 싶은 후배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소개를 하고는 한다. 학교 졸업 후 결혼하기까지 15 년 동안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고 살았는데 정작 소개는 그렇게 많이 받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묻지만 말고 소개 좀 해보라면 다들 내게 맞는 사람을 못 봤다는 답이었는데 그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해서 양쪽을 다 아는 어느 분이 결혼 소식을 듣고 내게 신신당부를 한 것이 호인인 양반을 너무 꽉 잡아서 구속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남편에게 잡혀 꼼짝 못하는 내 형편으로 봐서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다 맞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결과에 상관없이 월하빙인의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새로 결혼하는 부부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부부가 되기를 기도한다.

The world crowns success; God crowns faithfulness.
세상은 성공을 축복하지만 하나님은 신실함을 축복하신다


<< 월하빙인의 유래 >>

월하노(月下老)와 빙상인(氷上人)이 합쳐진 말로, '결혼 중매인'을 일컬음. ⑴ 續幽怪錄 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당나라 2대 황제인 태종(太宗) 때, 위고(韋固)라는 젊은이가 여행 중에 송성 (宋城 : 河南 省 所在)에 갔을 때, '달빛 아래 한 노인[月下老]'이 손에 빨간 끈 [赤繩]을 든 채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위고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묻자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 했다.

"이 세상 혼사에 관한 책인데, 여기 적혀 있는 남녀를 이 빨간 끈으로 한 번 매어 놓으면 어떤 원수지간이라도 반드시 맺어진다네."

"그럼, 지금 제 아내감은 어디에 있습니까?"

"음, 이 송성(宋城)에 있구먼, 성 북쪽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진(陳)이란 여인네의 어린 아이야."

위고는 약간 기분이 언짢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뒤 상주(尙州 : 하남성)에서 벼슬길에 나아간 위고는 그곳 태수 (太守)의 딸과 결혼했다. 아내는 17세로 미인이었다.

어느날 밤 위고가 아내에게 신상(身上)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실은 태수님의 양녀입니다. 친아버지는 송성에서 벼슬을 사시다가 돌아가셨지요. 그 때 저는 젖먹이였는데 마음씨 착한 유모가 성 북쪽 거리에서 채소 장사를 하면서 저를 길러 주었답니다."

⑵ 晉書 '索眈篇'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晉)나라에 색탐(索眈)이라는 점쟁이가 있었다. 어느날 영고책(令孤策)이라는 사람이 몽 점(夢占)을 치러 왔다.

"꿈 속에서 나는 얼음 위에 서서 얼음 밑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색탐(索眈)은 이렇게 해몽(解夢)했다.

"얼음 위는 곧 양(陽)이요, 얼음 밑은 음(陰)인데 양과 음이 이야기 했다는 것은 '얼음 위에 선 사람[氷上人]'인 그대가 결혼 중매를 서게 될 조짐이오. 성사(成事) 시기는 얼음 이 녹는 봄철이고…."

그 후 얼마 안되어 과연 영고책은 태수의 부탁을 받고 태수의 아들과 장(張)씨의 딸을 중매 서서 이듬해 봄에 결혼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 중국『周禮』속에 매씨(媒氏)라는 관직이 있다. 매씨란 남녀의 결혼을 주관하는 관직이었다.

주나라시대에는 아이가 태어나 3개월이 지나면 그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서 매씨에게 제출하게 되어 있고, 매씨는 그 명부에 기초해 남자는 삼십이면 장가를 보내고, 여자는 이십이면 시집을 보내게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매는 대개 노파(老婆)가 하였으므로 매씨와 노파가 합쳐져 매파(媒婆)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중매(仲媒)란 중간에서 혼인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을 말한다.

月 달 월. 下 아래 하. 氷 얼음 빙. 人 사람 인.

[동의어] 월하노(月下老), 빙상인(氷上人), 빙인(氷人)

[유사어] 적승(赤繩)

[출전] 續幽怪錄 / 晉書 索眈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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