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우연히...

평화 강명옥 2003. 7. 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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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려면 전철을 타고 가는데 한번은 갈아타야 한다.
전날 잠을 못 자는 바람에 비몽사몽간에 눈을 감고 환승역에 내려 의자에 자리가
있길 래 눈감고 앉는데 누가 옆에서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았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내가 가장 오랫동안 들어온 호칭이 과장이라 졸린 가운데서도 귀에 들어 왔었나보다.
놀랍게도 지금은 외국에서 살고 있는 줄 알고 있는 옛날 부하 직원이었다.

워낙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직원이었다.
내가 직장을 떠난 뒤에도 메일로 자신의 소식을 알려왔었는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약혼자와 외국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어졌었다.

그동안 외국에서 대학원도 다녔고 남편을 따라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살고 있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락처를 몽땅 잃어버리는 바람에 친구들과의 연락도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하며 그동안 내게는 연락을 해야하는데 하는 마음의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이 있어 일시 귀국을 했던 참인데 우연하게 전철역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정말 잠시 역 의자에 앉아 지난 일들을 주고받았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같이 한 정거장을 타고 가서 헤어졌다.

그 짧은 시간에도 알게 된 것은 아직 무엇인가 이루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나 역시 끝까지 소망을 품고 열심히 하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형편과 상관없이 꿈꾸는 사람들은 그 열의가 느껴진다.

만나게 될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구만...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소식이 끊겼던 옛 직원을 만나고 나서 새삼 느껴지는 감상이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것도 무엇인가 뜻이 있어서 인도
되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주 가끔씩 그 직원의 당돌할 만큼 똑똑했던 언행들과 꿈을 이야기하면서
반짝거리던 눈이 생각났었기 때문이다.

Blessed Savior, make us humble,
Take away our sinful pride;
In ourselves we're sure to stumble,
Help us stay close by Your side. - D. De Haan
축복의 주님, 우리로 겸손하게 하사
죄로 가득한 교만을 없애 주소서.
우리로서는 넘어지기만 하오니
당신 곁에 있도록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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