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만걸음 채우기

평화 강명옥 2003. 7. 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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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저녁을 먹고 나서 바람이 시원해지는 때면 딸과 함께 양말을 챙기고
운동화를 신고 나선다.
몇 걸음 걷는가 확실하게 세기 위해 며칠 전에 만보기를 두 개 샀다.

아파트 안쪽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한바퀴 돌면 약 400보가 되고
25바퀴를 돌면 10000보가 된다.
오늘로서 아파트 산책로를 돈지 6일째이다.
첫날은 10바퀴, 둘째 날은 15바퀴, 셋째 날은 20바퀴, 그리고 22바퀴, 26바퀴로
계속 그 수를 늘려왔다.
쉬지 않고 걸으면 1시간에 15바퀴를 돌고 10000보를 채우면 약 1시간 반이 걸린다.

나무와 꽃으로 조경이 잘 된 아파트 산책로는 밤늦게까지 가로등과 잔디밭의
낮은 등이 있어 걷기에 상쾌하다.
우리가 산책로를 걷는 시간쯤이면 여러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역시 산책을
하는 시간이다.
걷다보면 오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정말 외국에 나와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라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사는 탓이다.

이 걷는 시간은 딸과 나의 대화 시간이기도 하고 함께 있는 것을 익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참는 것과 지구력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고...
발동이 걸리기 전에는 말이 없는 딸 덕에 나의 학생시절, 젊은 시절, 일하던 시절 등
온갖 이야기를 하게된다.
어제는 둘이 그저 걷는 데만 몰두하기로 하고 말없이 1시간 반을 나란히 서서
걸었다.
나야 이미 사십도 중반인 나이라 그런 대로 지내지만 이제 17살인 딸은 감수성도
예민할 때라 나와 함께 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저녁 먹기 전에 체중을 재고, 저녁 먹고 재고, 걷기 전에 재고, 걷고 나서,
재고 아침에 일어나서 재고...
끊임없이 체중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나와 딸에게 상당한 자극이 되고 있다.
걸은 지 5일만에 확실하게 체중이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딸과 감격의 포옹을 했다.
정해진 몸무게까지 빠지면 딸에게 수영복을 사주기로 했다.
그 이상 더 빠지면 비키니 수영복을 사기로 하고...

실제로 하루에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만 보 이상을 걷는 셈이다.
밤에 걷는 덕분에 잠도 잘 자고 몸 움직이는 것도 가벼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에 가서 남편을 만나면 건강해질 겁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다.
덧붙여 함께 할 수 있는 딸이 있는 덕분이다.

If you shirk today's tasks, you increase tomorrow's burdens.
오늘 해야할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은 내일의 짐을 더 크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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