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중국출장 : 상해

평화 강명옥 2003. 7. 1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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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는 총영사관이 있어서 북경에서처럼 공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일을
진행했다.
낮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기관을 둘러보아야 했고 저녁에는 공관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고 시간을 보냈다.
의외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으레히 노래방에 가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역시 부장보다 기수가 앞선 과장이 중심이 되어서 일을 도와주었는데 며칠
같이 보내고 난후 내린 결론이 걸작이었다.

"이렇게 환상적인 출장 커플은 처음 봤다. 한 사람은 춤과 노래에 능통하고
잘 노는데 또 한 사람은 정 그 반대이니 정말 환상적이다."

그 환상적인 커플의 하나인 나는 출장 마지막날 노는 자리에 빠져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는데 실은 놀지 못해서 쫓겨난 것이었다.
나로서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 충분히 쉬면서 그간 출장에서 쌓였던 피곤을
풀고 잘 지냈다.

상해에서는 임시정부가 있었다는 건물과 우리 애국지사들이 묻혀있는 공원묘지를
가볼 시간이 있었다.
새삼 나라를 잃고 남의 나라 땅에서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개화기의 우리
조상들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상해 이 곳 저 곳 높은 건물이 올라가는 공사가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나로서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었다.
10년 전 당시만 해도 우리가 중국보다 잘 산다고 한창 기세등등 하던 때였지만
조만간 중국이 추월하면 따라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중국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며 마치게 된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기어코 부장의 비위를 건드렸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출장 기간 내에 공동으로 썼던 경비 정산을 한 다음에
부장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갖고 있는 것이 찜찜해 눈을 붙이고 있던 부장에게
가서 흔들어 깨웠기 때문이다.
"강대리! 제발 좀...그런 거 나중에 천천히 하면 안 돼!"
언성이 높아진 부장의 말을 뒤로 하며 내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나는 부장의 말이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출장 길에 정리할 일 다했다는 생각에서였다.


Someday my earthly house will fall?
I cannot tell how soon 'twill be;
But this I know-my All in All
Has now a place in heaven for me. - Crosby
언젠가 나의 장막은 무너지리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아네 나의 모든 것 되시는
주님께서 하늘에 처소를 예비하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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