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같이 만주벌판을 달리고 싶어요.

평화 강명옥 2003. 8.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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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여러 대학 학생들이 모이는 연합문학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한 적이 있다.
회원 중 재수를 해서 나이는 동갑인데 후배인 학생이 있었다.
매주 열리는 토론회 사회를 같이 본 적이 있고 그 이후 나를 '캡틴'이라고 불렀다.

'캡틴'으로 지낸 지 몇 년이 지나 4학년 봄 교생실습을 나가 있는데 그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한 친구가 군대를 다녀와 이제 1학년인데 처음 학교축제에 참가하므로 후배를 소개
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배와 함께 넷이서 만나 소개를 했는데 소개받고 나간 후배의 친구는 자신의
파트너와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되돌아왔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은데 후배가 내게 꼭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맨 정신으로는 이야기 못한다면서 생맥주집으로 갔고 후배의 친구 역시 따라왔다.
그리고는 계속 미적거리다가 한 말이 걸작이었다.
"이 다음에 같이 만주벌판을 달리고 싶어요."

무슨 말인지 몰라 쳐다보는 내게 후배의 친구가 자세한 설명을 했다.
사실은 그 후배가 몇 년간 나를 좋아해 왔고 혼자 앓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해 친구가
후배소개를 빌미로 나를 만나게 했다는 것이었다.
후배로만 생각해왔던 내게는 너무도 뜻밖의 말이었고 나는 아직 사람을 사귈 생각이
없다는 말로 완곡하게 거절하였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에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가동시켜 향후 야기될 수 있는 영토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www.chinaborderland.
com)이 지난 해 2월 이 프로젝트를 확정하였으며 현재 고구려를 중심으로 고조선·
발해·조선 등은 물론 현재 한국의 경제·사회상황 전반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사학계에서 역사상 중국 강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대두
되면서 고구려를 중국 동북지역 지방정권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부여와 발해도 모두 중국 중원왕조에 귀속된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8월 6일자)

이 기사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미국이 최신무기를 동원해서 이라크를 침공하여 정권을
바꿔버리는 것은 역사를 훔치려는 중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적어도 미국은 테러방지라는 인류평화를 위하여 라는 억지의 구실이라도 있었으나 중국은
조용히 집어먹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관광 가서 '우리 옛 영토회복'이라는 플랭카드를
달고 다녀 중국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있었다.
역사를 배우면서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통일을 했더라면 우리가 현재 이렇게 한반도가
아니라 광활한 만주지역을 가진 더 큰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현대에서 초강대국이라도 전쟁으로 영토를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니 우리의 만주벌판
회복은 이루고 싶은 꿈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많다.
20년 전 엉뚱한 말로 프로포즈를 한 후배의 얼굴은 잊었지만 그 말이 새삼스럽게 기억이
나고 이웃들에게 하고 싶어지는 것은 웬일인지?

"같이 만주벌판을 달리고 싶어요."

Praise is the voice of faith.
찬양은 믿음의 노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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