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인생설계도

평화 강명옥 2003. 7. 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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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지방대학에 강의를 나갈 때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 준 것이 있다. 그 것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90세까지를 1년 단위로 해서 중요했던 일과 중요하게 일어날 일을 적어오라고 했다.
 
그것은 쉬운 숙제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온 날을 돌아보라는 것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인생 설계도를 적어오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숙제를 낸 것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바랬고 이후에도
살아가면서 그런 시간을 갖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과제물을 받아보니 대충 적어 낸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상당히 고민하고 제출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모든 과제물에 빠짐없이 적혀있던 것은 ‘결혼’과 ‘첫아이 출생’이었다.

나 역시 가끔 이 인생설계도를 적어볼 때가 있다. 이미 반 백년 가까이 살아서 설계도의 반은 거침없이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적어내려 간 것들을 바라보며 곰곰 생각에 빠지고는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지나간 시간들에서 어떤 연관성, 주기, 흐름 등을 느낄 때가 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감사와 아울러 내 인생의 흔적들에 대해 나는 얼마만큼 몰두했으며 내 의지는 얼마만큼 실려있는가를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지금의 좌표는 어디이며 앞으로는 어디고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것이다. 어디로 가고 싶은가? 하나님은 그것을 허락하실 것인가?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에 대한 칸을 채우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몇 년 전에 써넣었던 내용들 중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전혀 생각 밖의 상황으로 전개된 것도 있다. 심지어는 확실하게 정해져 있던 일도 변경된 것이 있으니...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 것인가? 생각대로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그 불확실성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더 기대가 되고 소망을 품으며 살 수 있는 것인가.

인생설계도의 나머지 빈칸을 채우는 일이 어렵지만 적으려고 하다보면 총체적인 내 모습이 보이고 나의 인생이 보인다. 그래서 오늘밤도 나는 2003년부터 2049년까지의 그 긴 시간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In serving the Lord, it's always too soon to quit.
주님 섬기는데 있어 포기하는 것은 언제나 성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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