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동생(1)

평화 강명옥 2003. 9. 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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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두 살 차이와 다섯 살 차이의 남동생 둘이 있다.
워낙 어려서부터 두드러진(?) 누나 탓에 보통 다른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들'의
우위를 잘 모르고 자란 동생들이다.

큰 동생은 고등학교 진학 때 스스로 집안 형편을 고려하여 공고를 지망했다.
내가 말렸지만 나름대로 뜻이 있던 동생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러나 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아 약간은 힘들게 공부를 했고 졸업을 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에 진학했다.

어려서부터 자립심이 강했고 자신이 세운 목표는 꼭 이루는 등 성실함은 지금까지도
한결 같다.
말을 잘하고 임기응변에 뛰어난 동생은 대학 재학 시 연극반을 만들어 연출 및 출연을
하며 세 번의 공연을 성공리에 해냈다.

그 동생이 대학 졸업 때 한 말이 내 마음에 남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에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왔다.
내게 누나가 아닌 형이 있었다면 때려서라도 내가 공고 가는 것을 말렸을 것이다."

집안의 맏이로서 항상 집안을 걱정하던 내게 "이 집안의 장남은 누나가 아닌 나"라고
주장하던 동생은 계속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대학 졸업 후 내가 다니던 기업 공채시험에 합격해서 계열 회사는 달랐지만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까지 약 1년 간 같은 빌딩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동생이 입사한지 반년 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근무시간에 동생이 전화를 했다.
"나 오늘 사표 낼 거야. 이제는 도저히 더 이상 참지 못하겠어."
"사표 낼 때는 내더라도 딱 1년만 참아라. 네가 여기서 1년을 참지 못하면 그 다음에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입장을 몰라서 그래. 나 사표 낼 거라구."
마지막에는 거의 소리치다시피 말하고 전화를 끊은 동생이 그동안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설득을 했어도 사표를 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동생은 사표를 내지 않았고 작년까지 십 여 년 넘게 일 잘하고 차장까지
지냈다.
작년 대선 때 모 당의 교육책임자로 자리를 옮기면서 회사를 정리했다가 얼마 전부터
전에 다니던 기업연구원의 기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강의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동생은 이제 과정을 끝내고
논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연중 7,8월에는 기업들의 연수계획이 없어서 걱정을 하던 중에 택시라도 몰겠다며
시험을 쳐서 합격을 한 동생이 이번에 전산을 전공한 올케와 함께 컴퓨터 학원을
열었다.

주일 아침이면 토끼 같이 이쁜 삼남매들을 이끌고 교회로 가는 동생에게 하나님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하시리라 믿는다.

부모님에 대한 부담과 자식들에 대한 걱정과 그 책임으로 어깨가 무거움에도 늘
자신 있는 동생의 태도와 성실함이 동생을 생각할 때마다 늘 애잔해진다.


To know Jesus is to know God.
예수님을 아는 것이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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