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가을이 왔구나

평화 강명옥 2003. 9. 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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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하려고 아파트 입구로 걸어가는 동안에 아파트 내의 꽃이 바뀐 것을 알았다.
노란 국화와 빨간 샐비어 그리고 이름 모를 보라색 잎 모양 꽃의 작은 화분들을
둥글게 늘어 놓아 장식을 하였다.

순간 국화의 노란 색이 어찌나 밝고 화사하게 보였던지 눈이 부실 정도였다.
지난 며칠동안 일이 있어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바삐 지냈기 때문에 한낮에 보는
그 노랑이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샐비어를 보자 옛날 어느 때인가 어릴 적 꽃술을 빨면 나왔던 단물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샐비어를 보고 쓴 가을 시로 백일장에서 상을 탄 적이 있어
더 잊을 수 없는 꽃이다.

그러고 보니 아침저녁 선들선들한 바람이 부는 것이 가을이 슬며시 와버렸는데
의식은 아직도 여름 속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주 더운 여름날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여기 툭 떨어져 몸이 아프네 하며 반은
자면서 반은 생활에 적응하면서 보내다보니 벌써 계절이 바뀌고 있다.

작년 가을에는 교통사고로 두 달간 입원해 있는 동안에 가을을 잊은 채 겨울을
맞이했었다.
그리고도 병원 다니느라 또 누워 사느라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반쯤 수면상태에서 지냈다.

가을이면 모든 나무가 뜨거운 여름을 참고 지내고 열매를 맺는 때인데 지금 내 나이가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것 같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드디어 80세가 넘었다고 하는데 사회적인 활동시기를
60까지 잡는다면 40 중반인 지금이 초가을쯤이 되겠다.

언젠가는 하나님 앞에 갔을 때 너는 네게 주어진 인생 기간 동안에 무엇을 했느냐
라는 질문을 받을텐데 무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냥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그냥 바쁘게 살았습니다 라는 답밖에 나오지 않는데 그 바쁜 삶이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였냐고 물으신다면 답을 못할 것 같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원한 좋은 이 가을에 무엇을 어떻게 하고 지낼 것인가
생각을 해봐야겠다.
아울러 내 인생의 가을에 나는 무엇에 힘써야 할 것인가도...


Our actions are accountable
In God's just court above,
So we must face this certain fact:
We need His pardoning love. - Branon
우리의 행위는 심판대에
적나라하게 오를 것이니
우리는 하나님의 용서의 사랑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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