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청바지

평화 강명옥 2003. 10. 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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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입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계속 가지고 다닌 것이 청바지이다.
많은 시간을 주로 직장에서 일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옷을 사면 정장을 사게 되어서
그럴 듯한 평상복이 없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편안한 옷 중의 하나이다.

20년 가까이 되었을까?
가끔 산에 갈 일도 있고 해서 산 청바지는 그야말로 일년에 한 두 번 입고는 곱게
장롱 속에 모셔 있었다.

결혼할 때 정리할 까 하다가 멀쩡하게 새것이라 그냥 짐 속에 꾸려 넣었고 그동안
이사할 때마다 어쩔까 망설이면서도 가지고 다녔다.
이번에 중국에 오면서 옷장에 걸려 있으면서 수년간 입지 않았던 옷은 다 정리하였다.
청바지도 그 대상이었지만 망설이다가 혹시 모르겠다 싶어 가져왔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집에서 긴 바지를 찾아 입게 되었는데 습관처럼 정장을 입고
있을 때가 많았다.
어느 날 딸이 "집에서 왜 정장을 입어요?"라는 질문을 하는 바람에 그럼 다른
것을 입어볼까 하며 옷장을 뒤지다가 청바지를 꺼내게 되었다.
그동안 체중도 늘고 해서 맞을까 싶었는데 용케도 입을 만 하였다.

그리고는 요즘 줄 창 청바지를 입고 지낸다.
조금은 뻑뻑한 천이 불편한 듯 하면서도 일하기도 편하고 웬만한 가까운 거리에
입고 가기도 편하다.
그래서 20-30대에도 청바지를 잘 입지 않던 내가 청바지세대가 되었다.

요즘은 20-30만 원대의 명품 청바지가 잘 팔리며 아주 비싼 것은 60만원도
넘는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이런 청바지를 파티복으로도 입는다니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작업복에서 일상복으로 외출복으로 그리고 이제는 파티복으로의 격상이라니...

문득 내가 하나님께 청바지 같은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소용은 되지 않는데 어쩐지 내치기는 그렇고 해서 오랫동안 봐주시는 그런...
하나님 앞으로 돌아올 때 앞으로의 인생은 하나님 뜻대로 쓰시라는 서원을 했으
면서도 적극적이지 못해서 늘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지 미련할 만큼 버티는 나의
게으름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리고 늘 무엇인가 해야하고 가야하고 돌봐야 할 때마다 '합니다. 해요, 하구
말구요.' 라고 자신 있게 나갔다고 하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망설였으며 두려워
했으며 머뭇거렸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이곳 저곳 보내시고 이일 저일 하게 하시면서 점점 쓸모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오셨다는 느낌이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Keep me faithful, keep me grateful,
This my earnest plea each day!
Keep me serving, keep me telling
Of His love while yet I may! - Thiesen
끊임없이 충성스럽고 감사하게 하소서.
이것이 매일 드리는 나의 진지한 간구이니
내가 할 수 있는 동안 언제든지 섬기며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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