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열애(3)

평화 강명옥 2003. 10. 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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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주일 오후에 총장님이 어색한 표정으로 꽃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섰다. 덥기도 하고 병실에서 이야기하기가 뭐해서 병실 밖 나무 그늘에 앉아 병문안(?)을 받았다.

그런데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입원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포도당주사를 맞고 지냈는데 주일날 저녁부터 죽을 먹어도 된다고 답을 하였더니 죽을 사주겠다면서 외출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입원한 환자가 어떻게 외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을 했더니만 확인을 해보라고 했다.

간호사는 몇 시간 정도는 괜찮다고 하면서 외출증을 끊어주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그렇게 외출허가를 받아 병원에서 나왔다.

차에 탔더니만 병원에 있느라고 갑갑했을 터이니 바람도 쏘일 겸해서 교외로 가자고 했다. 병원 근처에서 먹는 줄 알았다가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고 해서 동의를 하였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장흥.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 닭을 시켰고 나는 닭죽을 먹었다. 여러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소개 건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한창 휴가철이고 주일 저녁이라 어찌나 길이 막히던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밤 12시가 넘어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으로 병원에 전화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사방에 산이 많아서인지 터지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길은 의외로 마음이 평안하였다.

병원에서는 간호사실에 비상이 걸렸고 담당주치의 선생님은 아홉 번을 병실에 다녀갔다고 하였다. 다음날 주치의 선생님 왈, 환자가 사라져서(?) 병실에 그렇게 많이 올라온 적이 처음이라고...

마침 교회에서는 제직회가 끝난 후 목사님과 제직들이 병문안을 와서 기다리다가 가셨다고 했다.
동갑내기 여전도사님과 대학동창 친구인 집사가 10시반 까지 기다리다가 돌아갔다고...

그 날 나는 모두에게 황당한 환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날 장 검사를 위해 약물을 먹고 장을 비우느라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Feeding on God's truth will you keep from swallowing a lie.
(언제나 하나님의 진리 안에 살아가면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

Amber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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