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연구실에서

평화 강명옥 2003. 11. 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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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연구실의 내 자리로 돌아왔다.

사회과학관 5층에 다락방 같이 작은, 여섯 명이 공부할 수 있는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연구실이 있다.
주로 2-3층을 오르내리는 일반 학생들은 5층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졸업을 할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이미 가을은 무르익어 학교는 온통 가을 잔치이다.
정문 입구부터 도열해 있는 은행나무들은 황금빛을 자랑하고 학교 군데군데 나무들은
노랑, 빨강의 단풍으로 이미 단장을 끝냈다.

그 화려한 가을보다 더 화사하고 빛이 나는 것은 학생들이다.
아직 세상 어려운 것과 두려운 것을 모르는 패기만만한 얼굴들로 오고 가는 젊은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그저 뿌듯해진다.
이는 이미 내가 나이가 든 증거이리라.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느라고 앉아 있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아직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시작한 과정을 마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마음은 바쁜데도 봐야 할 책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럽지가 않다.

다만 지하철역에서부터 연구실까지 오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것이 만만치 않다.
연구실이 정문에서부터 한참을 들어가서 학교 거의 맨 뒤편에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한시간 씩 걷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거리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책 보따리를 끼고 걷는 것이 힘들 때가 있으니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연구실에서 책을 읽다가 밤에 나갈 때면 곧 추워질 것 같은 밤바람에 정신이 번쩍
나는 듯 싶고 이렇게 나의 사십대가 지나가고 있고 이렇게 인생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가을이다.

The Bible is a mirror that lets us see ourselves as God sees us.
성경은 하나님이 보시는 우리 모습을 우리가 보게 하여 주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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