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자랑과 교만

평화 강명옥 2003. 10.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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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어느 친구 집에 놀러갔다. 그런데 그 친구 집 엄마가 나를 보고도 놀라거나 감탄을 하지 않는 것에 내가 오히려 놀랐으니...항상 '공부 잘 하는 아이'로 어디가나 지나친(?) 감탄과 환영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탓이었다. 이후로도 이 교만은 계속되다가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공부를 잘 하는 것에 무슨 의의가 있나 싶은 허무한 생각이 들은 이후 놀기 시작하면서 없어졌다.

2.
30 중반이 되도록 건강해서 병원에 갈 일이 없는 것이 자랑(?)이었는데 이후로는 계속 된 장염, 위염, 통증, 불임, 교통사고 등등 가지가지 병과 이유로 각종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이 고루고루 다니고 있으면서 박살이 났다.

3.
대학 졸업한 이후 이력서에 빈칸이 없이 계속 공부하고 일했다는 것이 자랑이었는데 어느 날 남편의 권유로 직장을 정리하면서 놀았고 이 자랑도 끝났다.

4.
직장에 들어가면 즐겁게 일하면서 잘 다니고 남들이 전혀 나가리라고는 생각지 않을 좋은(?) 시절에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왔다는 것이 자랑이었는데 얼마 전 교통사고가 나면서 내 속을 완전히 뒤집는 일이 있고 나서 정리한 후에 자랑이 쑥 들어갔다.

5.
살아오면서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고 잘 참는다는 것이 자랑이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불쑥 화를 낼 때가 있고 스스로도 깜짝 놀라게 된다. 물론 참을성 많다는 자랑도 먼 옛날 이야기 같다.

6.
모임이 많고 만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스스로 생각하는 자랑이었으나 이래저래 뜸하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자랑도 접었다.

7.
사람들이 내 앞에서는 언행을 조심한다는 택도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가끔씩 돌출 사건을 겪으면서 결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내가 무엇인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생길 때마다 얼마 안가서 혹은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와장창 깨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그 때마다 물론 무안함과 쑥쓰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회개하지만 어느 틈인가에 도 안 되는 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는데  때마다 얼마나 화들짝 놀라게 되는지...

그 자랑과 교만이 어떠한 모습으로 부서질지를 얼마만큼은 짐작하기 때문이다.
평생 고치고 또 고치고 해야할 것이 이 교만인 것 같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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