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나비가 골프공에 앉은 날 (중국)

평화 강명옥 2003. 10. 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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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골프라고 해서 남편이 골프를 배우라고 권한 것이 5년 전이다. 사무실 앞에 있는 실내 골프 연습장에 등록을 하고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한 달 후에  직장을 그만두게 됨으로써 골프 교육은 그것으로 끝났다. 일부러 차 타고 가서 배울 것 없이 자기한테 배우라는 남편의 충고 때문이었다.

이후 집 바로 옆에 있는 골프연습장에 남편이 갈 때마다 같이 동행을 하였고 가끔씩 둘이 필드에 나갔다. 집에 퍼팅 연습기를 사다 놓고 저녁마다 누가 더 잘 하나 내기를 하고는 했다. 하지만 일이 많고 쉽게 피곤해 하던 나는 골프에 더 이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차츰 남편의 연습에 동행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러다가 아예 연습조차 손을 놓고 지내고 이후에는 계속된 병치레로 골프를 전혀 생각지 않게 되었다.

중국에 보낼 짐에 골프채를 포함시키면서도 언제 저것을 풀러볼 날이 있을까 싶었다.

 

중국 국경일로 전국 명승지가 붐비고 오히려 도심은 한가했던 어느 날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골프장 가볼까 하는 것이었다. 골프채 잡아본지 4년이 넘었는데 될까 싶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동해서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북경 북동쪽의 한 골프장에 가게 되었는데 그 넓은 필드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둘이 한가하게 칠 수가 있었다.

문제는 내가 친 공이 전혀 뜨지를 않는 바람에 일찌감치 점수 계산은 포기했고 한 홀 당 치는 횟수를 줄이는 데 주력하였다. 캐디들은 그런 내 모습에 익숙해져서 어쩌다가 공이 시원하게 뜨면 '하오더'를 외쳤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가관이었다.

"어! 나비가 골프 공에 앉았네."
"벌써 두 번 째에요. 내 공이 특별히 더 이쁜가..."
나비가 날라 가다가 내가 친 공에 앉고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풍경을 즐기면서 연습 게임을 한 것으로도 족했다.

그렇게 발동이 걸려서 며칠 후에 남편과 함께 골프 연습장에 같이 갔다. 7번 아이언부터 연습을 다시 시작했고 나의 버릇인 공치고 나서 바로 머리 들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를 들고 일어 나기 때문에 공의 뒤쪽 윗 부분을 치게 되는 것이다. 공 삼백 개를 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일어나는 것을 누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생긴 이 버릇잡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앞으로 꾸준히 연습을 해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일어나지 마라. 눌러라. 그대로 머물러 있어라.'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이 습관을 앞으로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하는 것이 숙제가 되기 시작했다.

노년을 위하여 꾸준히 숙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A life filled with love for the Lord and for others is a fulfilling life.
하나님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이 제대로 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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