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인기 짱 고모

평화 강명옥 2003. 11. 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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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왔더니만 조카들이 아주 좋아하였다.
첫날 저녁에 다들 고모와 같이 자겠다고 하는데 셋은 안 된다고 하니 밑에 두 꼬마
녀석들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일곱 살짜리 막내가 너무 좋아하면서 내 자리 옆에 누웠다.

이렇게 고모를 반기는 조카들이 있어서 친정 부모님이 계시기는 하지만 내가
스스럼없이 편하게 오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많은 고모라 어려울 법도 하건마는 마냥 좋기만 하단다.
요즘 구슬을 꿰어 목걸이와 팔찌 만드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는 조카딸은 목걸이를
갖다 주고 막내는 조금도 옆을 떠나지 않고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보챈다.

여기 온 후 며칠간은 이래저래 피곤해서 집에서 쉬었는데 마침 개교기념일이 끼어
있어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과 토요일이면 쉬는 유치원생 꼬마 셋이서 내 옆을
떠나지 않고 놀았다.
중국에 가기 전 저녁때면 아이들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고는 했는데 그 때 생각이
나는지 산책을 나가자고 해서 같이 동네한바퀴를 돌았다.

이 조카아이들은 돌아가면서 한번씩은 ‘고모 집에 가서 고모랑 살래?’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다.
고모에게 아이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고모한테 더 마음을 쓰는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손을 잡고 다닐 때면 내가 마치 할머니가 된 기분이 든다.
아이들을 키워보지 못한 내가 이런 것이 아이들 키우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조카들을 통해서 느낄 때가 가끔 있다.

주일날 교회에 가는데 왜 자기네랑 함께 교회에 같이 안가냐고 하던 막내가 언제쯤
오느냐고 물었을 때 세시면 온다 라고 대답을 했었다.
정작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세시가 한참 지난 다섯 시쯤 이었는데 자기 전에
막내가 묻는 것이었다.
고모가 세시에 온다고 했는데 왜 세시에 안 왔느냐는 것이었다.
아직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꼬마가 세시에 내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니...

한번은 학교 도서관에 있다가 집에 들어갔더니 밤 10시가 넘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자러 각기 제 방에 들어갔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셋이서 “고모”를
외치며 이 방 저 방에서 튀어나온다.
조카들에게서 인기를 누리는 고모 역할이 즐거운 나날이다.

No one is beyond the reach of God's love.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의 영역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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