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어머니 작품

평화 강명옥 2003. 11. 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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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 칠순을 맞아 친척들과 어머니 친구 분들을 모시고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한복을 들고 올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번거로움 때문에 그냥 왔다.
한복을 대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한복 대여점을 찾았고 두 군데를 방문해보았다.
보통 한번 빌리는데 5만원에서 17만원까지이고 노리개를 포함한 장식도 함께
빌려준다고 하였다.
저고리 기장이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고 동정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한복의
유행이 6개월마다 바뀐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한복을 입는 경우가 일년에 몇 번 되지 않지만 맞추자면
고가라서 대여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는다고 한다.

어쩔까 하고 생각하며 지내는 동안 어머니가 내 한복을 그대로 가지고 계시다며
그것을 입는 것이 어떠냐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만든 것 중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20여 년 전 어머니가 한복을 직접 지으시면서 한복점을 운영하실 때라
회사에서 자선 찻집을 연다고 하니까 내 것을 만들어주셨던 것이었다.
그 때 한번 입고 입을 일이 없어 장롱에 곱게 걸어만 두었던 옷인데 아직도
있는 줄을 몰랐다.

막상 꺼내보니 흰색 저고리에 푸른 색 치마가 색도 옛날 색 그대로 거의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여서 입을 만 하였다.
그래서 어머니 말씀을 따라 어머니 칠순이므로 어머니의 작품을 입기로 하였다.

이제는 행사 때나 차려 입는 행사복이 된 한복이 날이 갈수록 더 천도 더 다양해지고
색도 더 고운 색들이 많이 나온다.
기본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도련이니 깃의 배색을 비롯한 디자인도 더 좋아진
것이 한복에 문외한인 나도 느낄 정도이다.
다만 자주 입지 않다 보니 더더욱 특별히 정해진 장소와 때에 입는 특별 옷이라
생활에서 자꾸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사람들의 일상 복장이 양복이 되어 가는 것은 전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니 우리
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겠지만 한복이 우리가 잘 지켜나가야 할 유산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머물다가 중국에 갈 때는 어머니 작품을 가져가야겠다.
오랜 기간 보관하신 어머니에게서 찾아서 이제는 내가 보관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이다.


To conquer the habit of complaining, count your blessings.
불평하는 버릇을 극복하려면 받은 축복을 세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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