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백댄서

평화 강명옥 2003. 11. 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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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칠순 모임을 가졌다.
가까운 친척들과 어머니의 오랜 친구 분들만을 모시고 단촐 하게 하였다.
가끔 기업강의를 나가는 큰 동생이나 이제 막 사무실 출근을 시작한 막내 동생이
직장 동료들을 부를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뷔페식당을 예약을 했는데 손님은 우리 집 뿐이라 여유 있게 시간과 장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음식을 먹은 후에 보통 칠순이나 미수 등 어른들 잔치에 가면 있는 행사로
진행을 하였다.

차림 상에 앉으신 어른들께 아들 딸 손자들이 한꺼번에 나와 만수무강하시라고
어른들께 큰절을 드렸다.
다음에는 자녀들이 술 대신 사이다를 잔에 따라드리고 다음에는 어른들이
자식들에게 따라주셔서 나눠 마셨다.
그리고는 가족이 모두 나와서 참석해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고 큰 동생이 가족대표로
감사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 큰 동생이 어머니를 작은 동생이 아버지를 업고 홀을 한바퀴 돌았고
올케, 조카들과 함께 그 뒤를 따랐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1부 행사가 끝나고 시작된 2부 행사는 노는(?) 자리였는데 동생들과
내가 번갈아 노래를 부르고 차음 분위기가 무르익어 어머니 친구 분들과 사촌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춤들을 추었다.
어머니 친구 분들은 다들 조용하신 분들이라 어색해 했지만 차츰 익숙해지셨는데
동생들과 올케들 그리고 나는 계속 뒤에서 박수를 치며 몸도 약간씩 흔드는
백댄서 역할을 하였다.

중간에 조카들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열창했고 그 때 다들
자리에 돌아가 앉아 들었는데 마음 여린 조카녀석이 자기가 노래를 불러서
할머니들이 자리에 들어들 가셨다고 속상해하며 눈물을 쏟는 일이 있었다.
조용한 노래라 그렇다며 내가 나서서 조용한(?) 노래를 불러 아무도 무대에
나오지 않는 장면을 보여준 다음에야 조카 녀석이 눈물을 그쳤으니...

그렇게 가족모임을 끝내고 사촌들이 집에 와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면서
옛날 이야기들을 하다가 돌아갔다.
앞으로 몇 년 후이면 친정아버지가 미수를 맞이하신다.
그 때는 지금보다는 보다 많은 분들을 모시고 말 그대로 잔치마당을 차려드리고 싶다.
격동의 세월을 힘들게 살아오신 분들의 노고에 새삼 가슴이 저려온다.

Give me a heart sympathetic and tender,
Jesus, like Thine, Jesus, like Thine,
Touched by the needs that are surging around me,
And filled with compassion divine. - Anon
동정하는 부드러운 마음을 주소서.
예수님과 같은, 예수님과 같은
주위에서 밀려오는 빈곤함에 민감하고
주님과 같은 연민으로 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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