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감투

평화 강명옥 2003. 11. 9. 16:38
반응형
SMALL

요즘 매일 꿈속에서 감투를 쓰고 있다.

무슨 연수를 받고 있다가 부장이 된다거나 어떤 무리들의 장이 된다거나 어떤 공연의 지휘자가 된다거나 어떤 단체에 새로 들어간 사람들의 팀장이 된다거나 하면서 전혀 생각지 않았던 감투를 받고 있다.

작년에 새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속 중책을 맡는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사회적인 일을 할 입장이 아닌데 무슨 연유인가 모르겠다. 내년에 아주 마무리를 할 작정으로 시작한 논문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꿈을 꾸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각종 자리의 감투를 많이 써 보았다. 반장, 회장 자리를 번갈아 가며 나 스스로도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으레히 하는 것으로 알고 지내왔었다.

대학교 때는 3학년에 올라가면서 첫 학과 모임에 가지를 않았었다. 졸업 후를 대비해서 공부를 좀 해야겠다 생각하고 과대표를 맡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설마 자리에 없는 사람을 뽑으랴 싶어서였다.

 

웬걸 다음날 강의실로 가는데 만난 친구가 왜 어제 참석하지 않았느냐면서 내가 없는데도 과대표가 되었으니 지도교수님께 가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난감한 가운데 교수님께 갔더니 교수님 역시 본인이 없었지만 학생들이 다 찬성을 해서 인정을 했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과대표를 1980년 5.17 사건이 나면서 쫓겨났고 학생이 된 이래 처음으로 아무 감투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과사무실 앞을 지나가다가 내 이름이 붙어 있는 것에 놀라 보니 당시 모든 학교에 만들어진 '정화위원회'의 영문과 정화위원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학과장님께 가서 대표도 쫓겨난 입장인데 정화위원장은 더욱 못하겠다고 했다가 엄청 야단(?)을 맞고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졸업할 때까지 나는 전혀 한 일은 없지만 계속 감투를 쓰고 있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나이에 비해 늘 대접받는 자리에 있거나 감투를 쓰고 지낸 경우가 많았고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그 감투와 자리를 늘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일해왔고 그 감투들에 대한 우쭐한 생각을 갖거나 휘두르려고(?) 한 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나는 왜 나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늘 여러 사람을 생각하고 봉사하는 일에 더 마음을 쓰고 지내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여러 번 있다.

매일을 꿈속에서 새로운 감투를 받으며 걱정을 많이 하는 나날이다.
이 맡은 일을 어찌 해 낼 것인가 하고...


I long to have a caring heart-
To show God's love to those in need;
So help me, Lord, to share a part
Of all I have through word and deed. - Hess
어려운 자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줄
보살피는 마음을 갖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주님, 말과 행동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반응형
LIST

'일하며 느끼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강의실에서  (0) 2005.10.23
옛날 옛적에...  (0) 2003.11.14
중국출장 : 청도  (0) 2003.10.03
중국출장 후일담  (0) 2003.07.28
중국출장 : 상해  (0) 200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