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옛날 옛적에...

평화 강명옥 2003. 11. 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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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지금 조카들이 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 개교기념일이어서 학교와 관련된 자료가 있으면 가져오라고 해서 나와
동생의 졸업 앨범을 제출했다고 한다.

올케 말이 동생의 초등학교 졸업 사진이 아들과 너무도 닮아 놀랐다고 한다.
자식이 아비 닮지 누굴 닮겠나 싶으면서도 지금의 조카 녀석들은 어릴 적 동생을
빼다 박았다.

그리고 학교와 관련해서 특별히 아는 이야기가 있으면 적어오라고 했단다.
조카딸이 계속 고모 때문에 학교에 과학실험실이 생긴 것이 언제냐고 묻는데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그런 일 없다고 하자 조카가 할아버지가 이야기 해주었고 아빠가 이야기해주었는데
왜 고모는 모르냐고 해서 뭔 말인가 했다.

지난 주말 내가 왔다고 해서 막내 동생이 가족을 데리고 와 가족모임을 하는 가운데
그 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몰랐던 나의 옛날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6학년 때 모범생으로 뽑혀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고 그 때 육여사가 학교
생활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학생이 너무 많고 과학실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을 했었다고 한다.
나는 기억이 없는데 동생은 내가 갖다 와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내가 졸업하고 나서 학교가 과학시범학교로 지정이 되어 학교 동물원이 생기고
실험실이 생겼으며 느닷없이 부근에 초등학교 두 개가 급작스럽게 지어져 분교가
되는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동생의 담임선생님이 동생을 불러다가 '너희 누나가 청와대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이렇게 학교가 변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동생은 그 때부터 내 이름이 전설이 되었는데 몰랐었느냐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학생들이 너무 많아 한 학급 학생수가 백 명 가까이
되었고 한 학년이 스무 학급도 넘을 정도였다.
나는 모르고 지났지만 내 '말' 덕분에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었다니 내 나름대로
학교에 기여한 셈이 되었다.

옛날에 멋모르고 한마디 한 일로 큰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말'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장난으로 연못에 돌을 던지지만 개구리에게는 그것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는
동화가 떠오르고...
하여간 말은 조심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We haven't learned to live until we've learned to give.
베푸는 법을 배우기 전에는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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