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흔적 또는 전설

평화 강명옥 2003. 11. 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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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 속에서 어떤 소문을 듣는 것에 늘 뒤 처져 있었다. 시끄러운 일도 벌어지는 줄 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그 시종을 한꺼번에 들을 때가 많았다.

다른 일도 그러니 나에 관한 것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어쩌다가 학교 후배를 만날 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후배를 만났는데 선생님들께서 가끔 수업시간에 내 이야기를 하신다는 것이었다. 워낙 담임선생님보다 무서운(?) 반장으로 지내서였는지 아니면 벼락치기공부에도 좋았던 성적을 받아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무슨 내용이었는데? 라고 물어보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듣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역시 후배에게서 수업시간에 내 이야기를 가끔 듣는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이야기이니 걱정 말라는 그 후배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같은 써클에서 활동을 했던 과 후배를 만났을 때도 마찬 가지였다.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어느 선배 말씀을 하시는데 들어보니 내 이야기더란다. 도대체 뭔 말씀을 하셨느냐고 물어도 싱글싱글 웃으면서 좋은 이야기이니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딱 한가지를 설명한 것이 강의시간에 치렁치렁한 긴 코트를 입고 들어서는 모습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는데 앞뒤 정황을 들어보니 나였다.

세월이 흘러 일해본 곳도 여러 곳이고 만나본 사람들도 많다 보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 어디에서인가 만나서 이야기 하다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들을 때가 가끔 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떠한 인상으로 비쳐지는지 잘 모르지만 내가 순간순간 살았던 모습들이 이야기되면서 내 삶의 흔적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나를 느끼고 아는 것과는 별도로 나를 아는 사람들이 보는 나도 나의 일부임에는 틀림이 없을 터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나에 대해서도 나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살아가는 것이 흔적이자 일종의 전설이 되나보다. 되도록 싫은 소리하지 않고 좋은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내 나름대로는 평안하게 지내온 시간들 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도 역시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의 흔적을 남겼고 이야기하면 하게되는 전설이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개인의 전설...
결코 길지 않을 그 전설들이 - 전해지는 이야기- 이모저모로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I wonder what I did for God today:
How many times did I once pause and pray?
But I must find and serve Him in these ways,
For life is made of ordinary days. - Macbeth
난 오늘 하나님을 위해 무어을 했나?
난 몇 번이나 잠시 멈추고 기도했나?
하지만 인생은 평상적인 날들의 연속이니
이런 일 가운데도 하나님을 찾고 섬겨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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