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루루

평화 강명옥 2003. 12. 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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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상당히 긴 시장 길을 지나가게 되는데 얼마 전부터 강아지 한 마리를
자주 보게 되었다.
생김새와 타달타달 걸어가는 모습이 꼭 30여 년 전 집에서 길렀던 '루루'를
연상케 한다.
혹시 그 루루의 후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시 어머니가 아는 집에서 가져오신 루루는 우리 삼남매가 그야말로 안고 업고
쓰다듬고 살았던 강아지였다.
꽤 커졌을 때도 내가 등에 업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루루가 나이 들고 병으로 죽은 이후에 우리 집에 온 강아지 이름은 그 다음부터
모두 루루로 불렸다.
그렇게 계속 강아지를 키우다가 10 몇 년 전 강아지 뒷바라지가 힘드시다고
어머니가 키우던 강아지를 다른 집에 주신 것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다시 없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음은 물론 요즘 점점 느는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도 자식처럼 의지가 된다고들 한다.
어쩌면 평생을 바쳐 키운 자식들과의 불화와 갈등이 늘어난다는 요즘 시대에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일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성행할 직업중의 하나가 애완동물과 관련된 직업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완동물 특히 애완견 미용, 의상, 장례, 납골당, 식품, 호텔, 병원, 등등...

오래 전 심심찮게 혼자 살던 노인이 거액의 유산을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남겨주었다는 이야기가 해외토픽에 실리고는 했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애완견 장례식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기사나 사람처럼 납골당에 안치하고
기일이면 주인들이 찾아온다는 기사를 볼 때가 있는데 '사람보다 나은 개 팔자'라는
말이 영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런 반면 프랑스가 또 다른 이야기로 번번이 기사에 등장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바캉스 철이면 애완견들을 버리고 가는 바람에 거리를 떠도는 강아지들 때문에
시 당국이 골치 아파한다는 것이었다.
작년인가 이미 우리나라에도 병들고 버려진 애완동물을 치료해주고 보호해주는
민간단체가 활동에 대해 상세하게 취재 방영한 적이 있었다.
우리도 어쩌면 서구가 겪은 애완동물 키우기 문화 방식을 차례로 겪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도 버려진 동물 구호단체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아침에도 앞을 지나가는 강아지를 유심히 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루루의 눈매와
털 빛깔까지 너무 같다.
틀림없이 루루가 우리 모르게 남겨놓은 몇 십 대 후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 키웠던 강아지를 닮은 강아지로 인해 이 생각 저 생각이 두서 없이 떠올랐다.

No one is beyond the reach of God's love.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의 영역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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