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대학로

평화 강명옥 2005. 10. 27. 00:49
반응형
SMALL

얼마 전 오랜 만에 대학로에서 예전 직장 선, 후배들과 저녁 약속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대학로에 있는 직장을 다녔던 기간이 7년 그리고 내 30대의 열정을 다 쏟고 그 곳을 떠난지가 벌써 7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연락을 주고 만나 어제 만나고 오늘 다시 만나는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맙고 반갑다.

 

대학로는 언제 가도 변함이 없다. 늘 젊은이들로 붐비며 연극 온갖 포스터가 벽과 바닥을 덮고 있으며 많은 공연이 있는 곳이다. 서울 사람이 오히려 타지방사람보다 남산을 가기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처럼 나 역시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연극을 본 것은 불과 몇 번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로 골목골목이 그리고 간판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여전한 건물들이 언제봐도 정겹다. 이름처럼 나이 먹지 않는 대학로에 가면 여전히 청춘인 듯한 생각이 든다.

 

모처럼 대학로 나들이를 한 며칠 후 다시 또 가게 되었다. 교회 성도 모친이 돌아가셔서 대학병원으로 문상을 다녀오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나와 계단을 올라가는데 예전 직장 후배가 동료들과 내려오다가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옆 동료들에게 "그 전설의 강과장님 모르냐"고 묻는데 오랜 만에 만난 터라 나도 정말 반가왔다. 잠시 서서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신우회'에서 연말 모임을 할 때 연락하려고 했단다. 꼭 가마 약속하고 헤어졌다. 

 

돌아서며 생각하니 '전설이라니, 뭔 전설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리고 내가 직장을 그만둘 때 직책이 과장인지라 아마도 내가 파파할머니가 되어도 '강과장'으로 불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더우기 그 이후 공무원이 되었을 때에도 '과장'으로 그만 둔지라 이래저래 예전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과장'일 것 같다.  

 

온통 하얀 국화로 꾸며진 상가에서 조문을 하고 교회에서 오신 다른 성도들과 함께 예배들 드리고 나오면서 인간적으로는 슬프지만 이제 모든 괴로움을 정리하고 하늘나라로 가신 고인을 축복으로 보내야 한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삶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실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생동감이 넘쳐나는 대학로를 며칠 사이에 두 번을 다녀오면서 추억은 작은 가지들을 다 지우고 좋은 기억만을 남겨 놓는 것이구나 하는 것과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기쁘게 여기고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자 하는 것과 그리고 앞으로 나를 기다려 줄 하늘나라가 있음을 또한 기쁘게 생각하였다.

 

 

 

 

A good tree cannot bear bad fruit, nor can a bad tree bear good fruit. - Matthew 7:18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7:18).

 

 

 

 

 

반응형
LIST

'일하며 느끼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해외봉사단  (0) 2005.11.08
북한 소설  (0) 2005.11.02
다시 강의실에서  (0) 2005.10.23
옛날 옛적에...  (0) 2003.11.14
감투  (0) 200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