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북한 소설

평화 강명옥 2005. 11. 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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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는 강의가 전부 통일학에 관한 것이다 보니 북한 문학에 관한 강의도 듣게 되었다. 난생 처음 북한 소설을 직접 읽고 토론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사회, 경제분야는 객관적으로 나타난 자료에 많이 근거한 것이고 그에 대한 토론 내용도 간혹 극단적인 대립이 있긴 하지만 진행하기가 쉽다. 그러나 문학은 독자의 입장에서 읽으며 작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가를 유추하고 그에 더해 글이 쓰여진 정치, 사회적 배경에 특히 집단 의식까지 건드리다 보니 만만치가 않다.

 

더욱이 우리가 북한 사회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고정되어 있는 터라 정치, 사회적인 시각이 많이 열려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문학은 쉬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북한 문학은 국가가 목적을 가지고 관리하고 문인들은 회사에 나가듯이 출근해서 글 쓰고 퇴근한다고 한다. 필요한 글을 쓰게 하기 위해서 관련된 직장에 파견해서 충분히 숙지할 때까지 그 일을 하기 때문에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결론이 한가지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읽은 사람들이 지겹지 않고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쓰려니 정말 문장력은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는 상당히 깊은 의식까지 갖춰야 하므로 어떻게 보면 자유롭게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사람들보다 더 능숙하게 글을 쓴다고 하겠다.

 

소설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제한적인 주제요 제한적인 표현이지만 작가들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읽는 재미가 있다는 말도 된다. 간혹 낯선 단어가 있긴 하지만 분명한 우리 글이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쓰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때 정치, 사회적인 제약으로 인해 글 쓰는데 금기사항이 있었던 것처럼 북한 소설은 그 사회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쓸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해서 그럼에도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보자는 강의 취지에 전적으로 동감을 하였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서 문학이 한 줄기로 가게될 때 분단되었던 시기의 문학에 대한 평가와 정리가 뒤따를 것이므로 그렇게라도 저쪽이 왜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한 나라가 되어 서로 다르게 변화되어온 것들을 하나의 흐름 속으로 합치려면 정말 부지런히 지금부터 많은 일을 해야할 것 같다. 이미 달라진 언어에 대해 공동으로 백과사전을 정리하는 일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문학 공부한지 거의 30여 년 만에 소설 강의를 듣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그 길에서 상당히 비껴서 살아왔다는 생각도 새삼 하였다.


Love in return for love is natural, but love in return for hate is supernatural.
 사랑에 대한 답례로 사랑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미움에 대한 답례로 사랑이 오는 것은 초자연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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