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친구

평화 강명옥 2005. 12. 1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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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해외원조 관련 국제협력 일을 할 때였다. 하루는 신문사라면서 전화가 왔는데 <일하는 여성>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난에 나에 대한 취재기사를 싣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나를 알게 되었느냐고 하였더니 당시 정무제2장관실(지금의 여성부)이 주관하여 여러 사람이 글을 써서 정책관련 책자를 냈는데 그것을 봤다는 것이었다.

 

나는 신문에 나는 것도 달갑지 않고 해서 같이 글을 썼던 사람들 중 다른 사람을 취재하라고 권하고 사양을 하였다. 그리고 잊어버렸는데 다음날인가 그 다음날인가 다시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꼭 나를 취재하고 싶다고 설득하는 그 성의가 괘씸(?)해서 응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기자는 나와 동갑내기 여기자였는데 서로 꼬박꼬박 존칭을 하면서 가끔씩 만나왔다. 그것은 치열한 사회생활을 겪은 여성들이 서로간에 느끼는 친밀한 동지의식 같은 것이 작용했던 탓에 가능했었지 않나 싶다.

 

내가 교회를 다니고 그 친구가 성당을 다닌다는 것과 나는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은 없지만 그 친구는 아이 셋을 낳아 정성을 쏟아 키운다는 것 외에 말이 잘 통했다.  그 동안 만난 것이 통틀어 열 번도 채 안되지만 서로 어떻게 살아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것이 만나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고백(?)을 했던 탓이다.

 

이번에도 거의 삼 년 만에 그 친구 사무실 앞에서 만나 맵고 뜨거운 낙지솥비빔밥을 먹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렇지요, 그래요 그러다가 한 순간 친구가 우리 나이도 같은데 이제 말 트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지 뭐 그러면서 말도 편안한 관계가 되었다.

 

부지런한 친구는 바쁜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책도 여러 권 썼고 공부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대기자로서 칼럼을 쓰고 있는데 섬세하면서도 사회에 필요한 좋은 생각들이 많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확실히 말을 터서인가 예전 같으면 한동안 시간이 지나서 연락이 되었을 것을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전화를 하게 된다. 만난 날 잠깐 차를 사겠다고 같이 차를 보러갔었는데 드디어 본 모델 중에 하나를 골랐고 이제 출근할 때 운전을 하는데 상당히 긴장된 생활을 하고 있단다.

 

조만간 송년회 겸해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참 친구가 좋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그것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Within each one of us there is a God-shaped vacuum that only God can fill. - Pascal
 우리 각자 안에는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는, 하나님 모양의 진공이 있다.­ -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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