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육영수 여사에 대한 기억 <1>

평화 강명옥 2005. 12. 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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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모범어린이로 뽑혀서 상을 받은 일이 있다. 각 시도에서 2명(초등학생 1명, 중.고교생 1명)을 선정하였는데 수상자들은 1박2일을 같이 지내며 여러 기관을 방문하였었다.

 

청와대와 문교부(지금의 교육부)를 방문하였고 산업시찰에 고궁견학까지 바쁘게 다녔던 기억이 있다. 청와대를 방문하였을 때 육영수 여사와 다과를 들며 대화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환한 웃음으로 시종일관 따뜻하게 이야기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들에게 어떻게 공부하느냐, 학교생활은 어떠냐 등등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며 상당히 긴 시간을 보냈는데 공식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렸던 탓도 있겠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재미있었다.

 

대화 도중에 비서를 불러 대통령에게 우리들이 와 있으니 잠깐만 내려오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라고 하였다.  잠시 후 어렵다는 통지가 왔는데 여전히 환한 표정으로 각하가 많이 바쁘신 모양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이후 육여사에게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고 얼마가 지나서 학교에 약간 소동(?)이 있었다. 내 편지에 대한 회신과 육여사 사진이 비서 편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황금색 한복 차림에 대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34년이 지난 지금도 내 앨범에 있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학교에 실험실습을 할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졸업한 다음 해에 모교가 실험학교로 지정되어서 과학실과 작은 동물원까지 만들어지는 대대적인 공사가 벌어졌다고 한다.

 

어린 학생의 제안 하나에도 세세하게 관심을 기울여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주었던 것에 지금도 돌이켜 생각하면 무척 고맙다.   

       

Praise loudly, blame softly.
 칭찬은 큰 소리로, 나무람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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