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육영수 여사에 대한 기억 <3>

평화 강명옥 2005. 12. 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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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나는 육영수 여사를 다시 한 번 만났다.

 

8년 가까운 기업에서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대학원에 진학을 했을 때였다.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가지고 하나님의 은혜로 공부를 하면서도 아마도 미래에 대해 일말의 불안이 있었던 것 같았다.

 

대학원에서는 4학기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이 의무였는데 주말이면 집에 왔고 교회에 출석해서 예배를 드린 다음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는 생활이었다. 어느 주말 저녁에 자기 전에 기도를 하는데 마음 속에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삼십 년이 넘도록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 더 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은 정말 허무한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하나님 앞으로 돌아온 이후에 나 자신에 대한 기도를 처음으로 했다.

 

'하나님,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더 살면서 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지금 데려가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꿈을 꾸었다. 교실에 학생은 나 혼자였고 전면 벽을 다 차지할 만큼 큰 하얀 칠판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육여사였다. 하얀 한복을 곱게 입은 차림에 생전의 모습 그대로 긴 지휘봉으로 새카많게 복잡하게 써있는 칠판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 내용은 봉사에 관한 것으로 봉사활동이 세계적으로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꿈속임에도 그 내용이 어려워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였다. 지금 꼭 내가 그 내용을 다 들어야 합니까?
     
그러자 육여사는 예전에 보았던 그 환한 웃음으로 대답을 하였다. 이제 설명이 거의 끝나가니 조금만 참고 잘 들으라고, 들어야 한다고. 그래서 꿈에서 깰 때까지 다시 열심히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난 후 감사 기도를 하였다. 내가 세상에 빚진 것이 많으며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우쳐 주시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나는 정부산하기관에 들어가 각 국에 나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봉사단에 대한 업무를 맡았고 그 업무로 아프리카까지 출장을 다니며 일을 하였다. 그 기간이 거의 7년에 가까운 세월이었는데 온 심혈을 기울여 일을 한 시간들로 보람 있고 감사한 날들이었다.

 

 

Genuine faith stays strong when deliverance seems distant.
 진정한 믿음은 구원이 요원해 보일 때도 굳건히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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