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전설의 고향으로 가주세요

평화 강명옥 2005. 12. 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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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창 송년회를 하였다. 24년 전 졸업한 이후 매달 해 온 모임이고 처음 5명이 시작해서 지금은 20명이 회원이며 보통 10명에서 16명 사이로 모이고 있다. 중간에 외국에 갔다 온 친구들도 많으나 거의 빠지지 않고 모임을 해오고 있으며 그것은 모두가 학교시절 '범생이'들이었던지라 사는 모습 그대로 모임도 그런 식으로 해온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자식이야기,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 주름살 늘어나는 이야기, 그리고 늘어가는 건망증과 건강 이야기를 하며 한참 웃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몇 년 전 한창 혈기(?)가 왕성했을 때에는 부부동반으로 모이기도 하고 1박2일로 적당한 방을 빌려 밤새 밀린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도 아니면 저녁을 먹고 조용한 카페에서 아주 밤늦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그런 식의 송년회 하기는 지친 듯도(?) 해서인지 보통 모임처럼 점심을 하고 조용한 이태리식당에서 맛있다는 정식코스를 먹고 최근에 이사한 친구의 집에 가서 하던 이야기를 마저 끝냈다.

 

그 와중에 나온 이야기 하나!

 

어느 여인네가 택시를 타고 말했단다. '전설의 고향으로 가주세요.' 그 택시 기사, 예술의 전당 앞에 정확히 내려주었단다.

 

이야기 둘!

 

어느 여인네가 택시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자신이 행선지를 말해주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서 물었단다. 제가 어디 간다고 말씀드렸던가요? 택시 기사 깜짝 놀라며 뒤를 보더니 언제 타셨어요?

 

요즘 특정 명사가 잘 기억이 안나 버벅거리는데 이야기를 듣는 상대도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잘 안다는 어찌 보면 서글픈 이야기들을 깔깔거리며 하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것인지...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 혼자 들었던 이야기를 들으며 빙긋빙긋 웃었다. 너무 기억력이 좋아 잊어버려도 좋을 오만가지를 기억하여 힘들어했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얼마나 넉넉한(?) 우리들인가?

 

너무 멀지도 아주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있는 자리에서 충실한 친구들의 관계가 마치 각 행성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적절한 인력으로 서로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그런 별들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이 세상의 별들이다.

 

 

Good intentions are no good until they are put into action.
 선한 의도는 그것이 실행되기까지는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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