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홍어삼합, 보리애국 그리고 배추꼬랑지

평화 강명옥 2006. 1. 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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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는 홍어를 먹어본 것이 주로 결혼식에 가면 잔치 음식상에 나오는 홍어무침이었다. 그리 거부감이 들지는 않아서 곧잘 먹고는 했지만 즐겨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결혼 후에는 시댁이 남쪽지방이라 갈 때마다 가끔 홍어삼합(홍어+삶은 돼지고기+묵은김치)과 보리애국(홍어애에 보리싹을 넣어 끓인 탕)을 먹었는데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요즈음에는 인이 박였는지 가끔 생각이 나곤 한다. 

 

그래서 시내에 볼 일을 보고 들어오다가 청계천 부근에 있는 제법 큰 홍어집에도 가봤고 계동에 있는 홍어집에도 지나다가 간판을 보고 기억했다가 일부러 찾아가서 먹어봤다. 그러나 그다지 맛이 당기지 않아 어디 맛있는 집 없는가 맛 타령을 한참하며 지냈다.

 

그런데 작년에 동네 한바퀴를 돌다가 새로 생긴 홍어집을 보게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서 먹어보니 맛이 진하지는 않아도 깔끔하고 묵은 김치도 아주 맛있었다. 더욱이 압권인 것은 보리애국(보리싹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부추를 넣고 끓인 그래도 이름은 보리애국)의 맛이었다.  첫 날 어찌나 맛있다를 연발했는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일행이 호기심이 생겼던가 추가로 시켜서 맛을 보더니만 역시 맛있다를 같이(?) 하였은즉...

 

이후로 가끔 홍어가 생각나면 그 집으로 간다. 오늘도 날씨가 춥고 입에서는 여전히 매운 맛이 당기는지라 '오늘도 홍어'를 외치며 갔다.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홍어삼합의 홍어는 싱싱했고 돼지고기는 부드러웠으며 묵은지는 깊은 맛이 풍겼다.

 

주인아주머니가 덤으로 듬뿍 가져다준 홍어애를 더 넣어서 끓여가며 맛있게 먹고 있던 중에 상 한 켠에 놓여져 있던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소화 잘되라고 무를 잘라서 넣었나 싶었는데 먹어보니 매운 맛과 달착지근한 맛이 어우러져 맛있었다.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 맛도 비슷해서 순무냐고 물어봤더니만 배추꼬랑지란다. 음...배추꼬랑지가 그렇게 완벽하게 맛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공기 밥 한 그릇에 더하여 남편이 밥을 적게 먹는다고 덜어 놓은 밥까지 완벽하게 먹은 터에 배불러 배불러 하면서도 남편 시식용으로 딱 한 개 남겨놓고 혼자 다 먹었다.

 

어찌 나이 들어가면서 먹는 것만 특히 맛있는 것을 점점 찾는 경향이 늘어가는데 가뜩이나 스스로 해먹는 것보다 남이 해주는 것은 모두 맛있어 하며 잘 먹는 내게 이래저래 외식할 핑계만 느는 것 같다.

 

A life lived for God leaves a lasting legacy.
 하나님을 위해 산 삶은 영원한 유산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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