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이 나이에 결혼 축가를 연습하는 이유는

평화 강명옥 2006. 1. 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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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짬짬이 결혼 축가 연습을 하고 있다. 웬만한 결혼식에 가서는 사진도 찍지 않는데 이 나이(?)에 축가를 부를 결혼식은 남편의 친한 친구가 새로운 약속을 하는 결혼식이다.

 

우리가 결혼을 했을 때 그 친구는 빠리에 파견 근무를 하던 때라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한 달 후에 내가 아프리카 출장을 가게 되었고 여러 나라를 방문하게 되다보니 중간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빠리에 반나절 머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남편이 미리 연락을 해두어서 만날 수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빠리 시내와 에펠탑 그리고 쎄느강까지 안내를 받고 분위기 좋고 예쁜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까지 정성이 가득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남편 친구의 아내는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후 친구부부는 귀국을 했고 가끔 친구들 부부동반 모임에서 반갑게 만났었다. 그러나 3년 전 겨울에 남편에게 연락이 오기를 이제 이번 입원이 마지막 보내는 길인 것 같다고 했단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병 문안을 가게 되었다.     

 

그 친구의 아내는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지만 얼굴은 이미 각오를 했는지 얼굴이 너무도 평안했다. 이미 10년 넘게 병과 싸워온 사람 같지 않게...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내 마음 속에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데 '낫게 해주시옵소서'가 안나오고 계속 '평안을 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나오며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는지 울면서 기도를 마쳤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친구의 아내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입관예배 때 초, 중학교 학생이었던 두 아들의 표정은 거의 넋이 나간 듯 보여서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 친구가 다시 앞으로 함께 살아갈 사람을 만났고 이제 다시 새로운 결혼식을 한다. 남편은 결혼식 날짜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축가를 작사, 작곡하였고 그 곡을 내가 부르기로 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축가를 부르기로 결정한 이후 친구의 큰아들이 노래를, 작은 아들이 피아노 연주를, 그리고 조카가 바이올린 독주를 하기로 했단다. 긴 세월을 사랑하는 아내 병 수발을 하느라 보냈던 새신랑이 이제 새로 찾은 사랑으로 행복해지기를 기도하며 축가를 연습한다.
 
Let God's Word fill your heart and guide your words.
 하나님의 말씀으로 당신의 마음을 채우고 당신의 말을 인도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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