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보아가, 강타가 자랑스럽다 (중국)

평화 강명옥 2006. 1. 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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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공연을 보러 갔다. 중국의 사스 퇴치를 축하하고 그간 고생한 의료인들을 위로하는 공연으로 한국 문화관광부와 중국 문화부가 공동으로 기획한 공연이었다.

양 국가에서 선정된 클래식 가수들과 대중 가수들이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보아, 강타, 문희준 등이 초청되었다.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어른들도 어른들이지만 청소년들이 손에 손에 풍선들을
몇 개씩 들고 많이 몰려와 있었다. 풍선에는 물론 한국의 가수들 이름들이 빼꼭히 써 있었고...

평소 뉴스에서 '韓流'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고 우리나라 배우들이나 가수들이 중국 공항에 도착할 때마다 몰려나온 청소년들의 열렬한 환영장면을 많이 보기는 했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점점 스타들이 나오면서 곧 한국의 열풍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 가수나 배우들에 대한 인기는 별 것 아니다라는 비판조의 기사도 가끔 읽기는 했었다.

대중 가수들의 출연은 앞 부분에 그리고 클래식 가수들의 공연은 뒷부분에 배치되어 있었다. 중국 교향악단의 베토벤의 '운명' 서곡으로 시작된 공연은 차츰 달아올랐다. 보아 순서가 되자 보아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청소년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무대 앞으로 달려가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통에 공연장은 삽시간에 열띤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중국 가수들이 등장하는 때는 대조적으로 조용해졌고 환호하던 청소년들은 딴 청들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타가 등장하자 공연장은 완전히 절정의 도가니에 들었고 목이 쉬도록 강타와 '안치시엔'을 외치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지경이 되었다. 안치시엔이 누군가 했더니만 강타의 본명을 중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란다.

그렇게 한국의 젊은 가수들의 순서가 끝나자 청소년들은 일부 썰물처럼 공연장을 빠져나갔고 공연장은 이후 마지막 베토벤의 '합창'이 연주될 때까지 정통의 클래식 공연장이 되었다.

클래식은 들으며 한국과 중국의 차이를 별로 못 느꼈으나 대중 가수들은 확연하게 비교가 되었다. 한마디로 2000년대와 1970년대의 차이 바로 그것이었다. 중국 대중가요계가 한국 가요계의 현란한 백댄서들의 춤과 가수들의 현대적 리듬을 익히고 따라가려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가수들의 등장에 청중들이 열화같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중국인 사회자가 던진 멘트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중국에서 이렇게 한국 가수들이 환영을 받는 것처럼 중국 가수들도 한국에 가서 환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장담할 수는 없으나 모르겠으나 그런 날은 쉽게 오지 않겠다는 것이 그 날의 내 감상이었다.

아직 중국에서 일본 가수나 배우들이 그렇게 열열한 환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 드라마와 노래가 그리고 배우와 가수들이 중국, 대만, 태국 등의 아시아로 확대되어 가는 것을 보며 먼 옛날 중국 역사책에 우리민족이 '노래하고 춤을 즐기는' 민족으로 기록되었다는 것이 오늘날 제대로 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보아가, 강타가 그리고 확실하게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며 커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자랑스럽다.

(2003. 08.19. 씀)

The angels of God assist the people of God as they do the work of God.
하나님의 천사들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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