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중국의 가로등 (중국)

평화 강명옥 2006. 1. 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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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경일 휴가 기간에 하루 날잡아서 북경의 동북쪽에 있는 밀운(密雲) 저수지에 다녀왔다.

예전에 보았던 내륙의 바다 같은 시원한 모습이 기억이 난다면서 남편이 가자고 한 곳인데 북경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의 수원지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날씨가 많이 가물어서인지 물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기대만큼의풍경은 아니었다.

오고 가는 동안에 긴 하천 옆을 지나게 되었는데 하천 옆에 줄지어 서있는 가로등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유치원에 세워져 있는 듯한 가로등으로 알록달록 모양은 나무모양에 열매가 달려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었다. 조금 더 가자 이번에는 나뭇가지가 축축 늘어서 있는 듯한 모습의 가로등이 연이어 나타났다.

아직 덜 세련된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잠시 후에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사람들의 모양과 색에 구애받지 않는 어떤 담대함으로 느껴지고 자신감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밀운 지역의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이 어떤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미처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전에 그곳을 통과해 북경을 향했기 때문이다.

이후 가끔 저녁에 외출을 할 때마다 남편과 함께 가로등을 보고는 웃을 때가 많다. 멀쩡하던 고가도로에 파란 색의 가로등이 줄지어 나타나는가 하면 도저히 가로등 모양으로 쓸 것 같지 않은 모습의 등이 등장하곤 하기 때문이다. 도심에는 길 가운데에 무지개 색깔의 반원을 크게 설치해 놓기도 하였다.

어쩐지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무엇인가 자유분방한 것이 느껴지는 중국의 가로등에서 이제 막 세계 자유경제 무대 중심에 서려고 하는 중국이 보이는 것 같다.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 번 째로 우주선을 쏘아 올렸고 국가등급도 한국보다 한 등급 올라갔다는 기사가 났다.

예전부터 중화사상으로 주변 국가들을 야만시하였던 중국이 근세에 늦어진 근대화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에 있다가 다시 기지개를 펴는 요즈음 어쩐지 중화사상을 슬슬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다. 고구려 역사가 변방 여러 민족 중 하나의 역사라 중국의 역사라고 우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더 이상 대적할 수 있는 세력이 없는 무소불위의 국가가 된 미국이 오만함으로 인해 이라크라는 함정에 빠져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커지는 중국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가 우려도 된다.

다같이 잘 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쩐지 슬슬 배가 아파지려고 하는 것은 예로부터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 때문인가?

(2003. 10. 18. 씀)

Prayer is the soul's sincere desire,
Unuttered or expressed,
The motion of a hidden fire
That trembles in the breast. - Montgomery
기도는 영혼의 진지한 소망이니
말로 표현이 되든 안되든
가슴속에서 떨고 있는
감추어진 불의 움직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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