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잃어버린 이름 (중국)

평화 강명옥 2006. 1. 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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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북경에 온지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이 두 달만에 나는 완전히 내 이름을 잃어버렸다.

여기서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미세스 김'일 뿐이다.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때도 내 이름이 아니라 '미세스 김OO입니다.'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수시로 하게되는 전화통화에서도 스스로 '미세스 김인데요' 하다보니 정말 이제까지 이 '미세스 김'으로 살아온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내 이름 석자를 대던 버릇이 남아 있어 연락처를 적어줄 때에는 '미세스 김OO'옆에 괄호를 치고 내 이름을 썼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깨달아 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괄호를 치고 이름 석자를 쓰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사는 생활이 길어지면 정말 내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쓰고 남이 불러주는 것이 이름인데 잊혀진 이름이라니...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름이 없는 것이 만나는 상대방을 '미세스 OOO'라고 기억하고는 본명을 알려고 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간다는 것이다. 아니면 'OO엄마'로 기억하게 되거나...

내 이름이 희미해지는 요즈음 남편의 옆에 서있는 아내로서의 나를 확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낮에 아시는 분이 이 곳을 방문했다가 만나지는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전화로 "강여사"라고 불렀을 때 어찌나 그 "강"이 아득하고 낯설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너무도 빠른 적응 탓인가...

이렇게 몇 년 살다가 귀국했을 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2003. 09. 27. 씀)


Christian, when your way seems darkest,
When your eyes with tears are dim,
Go to God your Father quickly,
Tell your troubles all to Him. ? Anon
믿는자여, 가는 길이 암담해 보이거나
눈물에 가려 시야가 흐려지면
하나님 아버지께 속히 달려가서
모든 어려움을 그에게 털어 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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