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어머님의 영원한 잠퉁이 조수

평화 강명옥 2006. 2. 2. 18:45
반응형
SMALL

이번 설에도 나는 어머님의 영원한(?) 조수로 며칠을 살았다. 내후년이면 80이신 어머님은 역시 내후년이면 50인 며느리에게 더 이상 잘 할 것을 기대하지 않으시고(?) 손수 모든 준비를 하셨다.

 

며느리 생활 10년에 내가 잘하게 된 것이라면 전 부치는 것과 설거지 정도이다. 워낙 음식 솜씨가 뛰어나신 덕에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는 어머님의 요리솜씨는 계속 배우는 중(?)일 것 같다.  

 

음식 맛 감별에 일가견을 가지셨던 아버님이 가신 요즈음에는 명절 음식 가지 수가 많이 줄었다.

 

이번에 간소하게 준비하신 음식으로

배추김치, 신건지(물나박김치), 파김치, 무김치(이상 김치종류),
콩나물,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무나물(이상 나물종류)
명태전, 홍어전, 고기버섯전, 파전, 고기파꽂이전 (이상 전종류)
깨탕, 족발볶음, 조기찜, 홍어회, 잡채, 묵무침, 고추장조림... 

우리가 머문 며칠 동안 계속 국이 끼니때마다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어머니가 만드시는 음식들이 모두 인기가 있지만 특히 전과 족발볶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무리 많이 해도 제일 먼저 떨어지는 음식이다.

 

보통 전은 그 재료가 무엇이든지 밀가루와 마늘 등으로 모두 밑간을 해서 만든다. 그렇게 해야 전이 물컹하지 않고 바삭하게 잘 지져진다는 말씀이다.

 

족발은 된장과 마늘 등을 넣고 푹 삶은 다음 간장과 양념을 해서 기름에 살짝 볶는데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맛이다.

 

이번에도 이 조수는 어머님의 정성과 맛이 듬뿍 담긴 명절 음식을 과도하게 많이 먹고 약간은 늘 배가 아픈 상태에서 지내다 왔다.

 

명절 이틀째 밤에 두시까지 어머님과 이야기 하다가 늦잠이 들었는데 그 다음 날 낮 두시에 일어났더니만 맛있는 된장국을 차려주시면서 "넌 잠퉁이야, 어째 열 두시간 잠을 자냐...잠은 잘수록 더 나른해지고 는단다..쯧쯧쯧..."

 

한번 기운이 떨어지면 며칠이고 잠을 자야 풀리는 이 조수의 평소 딱한 상태를 모르시는 어머님께 고작 '며칠씩 잘 때도 있는 걸요'하면서도 맛있게 밥을 먹고 씩씩하게 설거지를 하였다.

 

 

True freedom is found in bondage to Christ.
 진정한 자유는 그리스도께 속박됨으로써 얻어진다.

 

 

반응형
LIST

'살아가노라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할머님과 손주며느리  (0) 2006.02.07
세상은 역시 좁다  (0) 2006.02.06
피어나리 영원하리  (0) 2006.01.24
요즘 잘 안되는 것 세 가지  (0) 2006.01.24
이 나이에 결혼 축가를 연습하는 이유는  (0) 200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