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시할머님과 손주며느리

평화 강명옥 2006. 2. 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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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에 있는 나에게'는 시할머님께서 늘 부르시던 찬송가라 한다.

 

나는 뵙지 못했으나 남편의 이야기를 통해 할머님은 내게도 마냥 인자하시고 친숙하신 분이다.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으셨다는 할머님은 며느리와 함께 늘 새벽기도를 다니셨다고 한다. 특히 눈이 내리는 날이면 일찌감치 일어나셔서 사람들이 걸어오는 길이 불편할까 싶어 교회 앞길을 다 쓸어놓곤 하셨다고 한다.

 

어제 밤늦게 할머님이 늘 부르셨다는 찬송가를 올려놓고 들으면서 생전에 뵌 적이 없는 할머님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새벽기도에 가려고 나갔다가 밤새 내린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차를 보고 어찌할까 하다가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새벽길이 위험할 것이라는 판단에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지금 창 밖에는 산의 나무들이 눈을 입고 참 예쁘고 좋은 모습으로 서 있는 풍경이 보인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예전 할머님은 눈이 오면 교회까지 눈길을 치우셨는데 이 손주며느리는 눈이 온다고 새벽기도를 빼먹었구나 하는 자괴감(?)이다.

 

지금도 어머님이 할머님에 대해 말씀하실 때에는 얼마나 인자하고 좋으신 분이셨는지 그리고 얼마나 어머님을 아끼셨는지에 대해 그리워하며 말씀하신다. 아마도 뒷날 나도 우리 어머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내가 어머님께 붙여 드린 별명이 '천사표 어머니'이다. 가족들이 말하는 시할머님의 모습이 꼭 지금의 어머님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아마도 어머님 마음 속에 있는 할머님의 모습이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어머님의 모습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천사가 대를 이어 지켜온 가문에 들어와 대도 잇지 못하고 그 천사들의 전설만 듣고 사는 내게 언제 천사들의 날개 깃털 하나라도 날까 싶다.


 

To avoid going wrong, follow God's leading.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기 위해, 하나님의 인도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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