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묵은 情

평화 강명옥 2006. 2. 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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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오래된 후배들을 만났다. 대학4학년 때 하늘과 산만 보이던 곳으로 함께 농촌봉사활동을 갔던 후배들이니 만난 지 꺾어진 반세기가 지난 셈이다.

 

자주 만나기도 하고 이번처럼 몇 년 만에 만나기도 하지만 늘 마음 한 귀퉁이에 오랜 지기들로 남아있다. 모두 선(善)하고 순(順)하게 살아가는 좋은 후배들이다. 후배들이라고 해도 낼모레 50을 바라보고 있어 이제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20년 간의 선생님 생활을 정리하고 바쁘고 세련된 ‘아줌마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후배는 올해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 다시 공부를 시작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역시 올해 아들을 대학에 들여보낸 후배는 오랫동안 교회봉사 일을 맡아 해왔는데 새로 이사간 지역에서는 외국인지원자원봉사를 맡아 여전히 활발하게 지낸다고 한다. 이 후배도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작년 내내 아프신 부모님을 간호하느라 바쁘게 보낸 한 후배는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요가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 열심히 했다가 요가선생님이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지도하고 학교 특별활동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방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언제 봐도 반갑고 편안한 만남이다.

 

그리고 묵고 묵은 정(情)은 얼굴에 생기고 깊어지기 시작하는 주름도 정겹게 느끼게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어도 함께 서툴게 조 밭을 매고 고구마를 캐며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 시절 웃었던 그 표정들이 여전하다.

 

세월이 가면 사람이 변한다고 하는데 학생 시절 하고 다니던 스타일도 그리 많이 바뀌지도 않고 마음 씀씀이 또한 여전들 하니 우리 곁을 스쳐간 세월을 깜빡깜빡 잊게 된다.

 

꽃피는 4월에는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후배가 있다는 이천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 후배는 도예가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도예공방을 운영하고 있다한다.

 

사람들은 추억을 먹으며 살고 또 현재를 추억으로 만들며 그렇게 삶을 만들어가나 보다.

 

 

Prayer is an open line to heaven. 
기도는 천국과 연결된 직통 회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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