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모임시간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어서 우리 부부는 슬슬 종로를 걷기 시작하였다. 간만에 찬찬히 둘러보는 종로가 사람들로 여전히 복작대기는 한데 여러 가지로 변모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간판들이 잘 정비가 되어 시야가 상당히 정돈이 되는 느낌이었다. 우후죽순으로 제각각 크기의 제각각 색채의 어지러운 간판들이 사라진 후의 깔끔한 모습을 보니 참 왜 진작 저렇게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지 다 때(?)가 되어야 하나보다.
그 다음은 주로 먹거리 상점들이 눈에 많이 띄었던 것이 귀금속을 파는 금은방이 죽 들어섰는데 점포마다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남자들까지 목걸이에 귀걸이를 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더 성업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좁은 도보에 죽 들어서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포장마차들이었다. 다양한 메뉴를 파는 포장마차마다 젊은이들이 죽 둘러서서 맛있게 먹는 모습은 군침이 돌게 하였는데 우리가 한 두시간 후에 저녁을 먹는 약속이 아니었다면 그 대열에 끼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북적거리는 거리를 걷다가 이제는 담장을 거둬내고 나지막한 보이는 담을 두른 파고다공원이 보였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종로 또는 종로 어귀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그 앞을 지나다녔음에도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남편 또한 몇 십 년 만에 들어가 보는 것이라고 했다.
돌이켜 보니 아마도 파고다공원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은 탓이 아닌가 싶다. 공원 안은 예상 밖으로 데이트하는 젊은이들과 가족들, 그리고 유적답사를 나온 유치원꼬마들의 행렬로 붐볐고 정작 많으리라 생각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서너 분 정도 동상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10층 석탑은 생각보다 웅장하였고 정교하게 조각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훼손을 우려해서인지 투명 유리 건물로 둘러 싸놓았다.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는 팔각정에도 들어서 보고 역시 생각보다 큰 석비를 보며 새겨진 용 모습도 찬찬히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단정한 공원은 종로 한 복판에서 사람들이 숨쉴만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는 듯 보였다. 생각해보니 그 옆에 있는 종묘도 문만 바라보았지 들어가 본 일이 없다. 다음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종묘도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난생 처음 들어가 본 파고다공원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컸는가를 새삼 깨달았다.
When you're weary in life's struggles, find your rest in the Lord.
삶의 투쟁으로 지칠 때 주 안에서 안식을 얻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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