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나는 천당 예매 끝났다

평화 강명옥 2006. 4. 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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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 특강을 가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 내가 봉사단 교육을 맡았을 때 교육생이었고 교육 후 태국으로 파견되었는데 후에 내가 태국사무소로 나가면서 자주 보았던 봉사단원이다. 지금은 영상관련 사업을 하고 있고 봉사단 관련해서도 일을 맡았다고 하는데 내가 강의하는 시간을 촬영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새삼 내가 중매 아닌 중매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김(도령)은 태국에서 봉사단으로 일하는 동안 성실하게 일을 많이 했고 주말이면 다른 단원들과 다른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나가고는 했었다. 그리고 당시 파견되어 있던 단원 중에서 민(처자)가 참 마음씨 착하고 능력 있고 겸손하고 성실한 모습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었다.

 

언젠가부터 그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엇보다도 성품이 두 사람 다 아주 착하고 모범생 그 자체였다. 그래서 각 자에게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진지하게 사귀어보라고 권했었던 일이 있다. 그리고는 진행(?)되어지는 것을 잘 몰랐는데 한 해 먼저 파견되었던 민(처자)가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나의 권고가 열매(?)를 거두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사무소 직원들과 후배단원들이 환송을 나갔는데 민(처자)가 비행기 탑승을 하기 직전 갑자기 김(도령)을 꽉 안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도 귀국하게 되었고 다음에 민(처자)도 귀국하게 되어 다시 만났을 때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서 조건이 좋은 자리에 갈 수도 있었는데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의논해온 민(처자)에게 보수는 적지만 보람을 찾을 수 있는 NGO에 소개를 했었다.

 

김(도령)과 민(처자)는 결혼을 해서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이제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고 한다. 가끔 만나고는 하였는데 한동안 나도 경황이 없어서 만나지는 못하고 이 메일로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다. 생각컨대 부부 사이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그 성품으로 보아 싸울 일이 별로 없이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되어 내가 그만 중매(?)를 했었다는 것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소개했던 대학원 후배 손(도령)과 교회 피아노 반주자였던 홍(처자)도 이미 떡두꺼비같은 아들과 은방울 같은 딸을 낳아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 또한 교회 주권사님 아들 주(도령)과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장(처자)를 만나게 해주었는데 이 부부 또한 유학 가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권사님으로부터 자주 듣는다.

 

그러고 보니 옛 말인지 요새 말인지는 모르지만 중매 세 번 잘하면 천당 간다고 하였는데 나는 이미 천당 자리는 확보하였다. 그만큼 사람이 만나 부부지연을 맺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겠다.

 

갑자기 아직 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후배들의 얼굴들이 죽 떠오른다. 아무래도 천당행 표를 더 가져야만 할 것 같다.


 

Others see what we do, but God sees why we do it. 
사람들은 우리의 행동을 보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동기를 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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