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그냥 먹고 싶은 것 먹고 살지!

평화 강명옥 2006. 4. 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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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먹는데 있어서 별로 의견 차이가 나는 법이 없다. 어려서 비린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잘 먹었던 나는 그나마 가리는 것도 없어진지 오래이다. 남편은 정말 세상에 싫어하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엇이든 잘 먹는다.

 

남편은 그 좋은 먹성으로 인해 체중이 과하다고 판단해서 절식을 하며, 좋아하는 고기 먹는 것을 자제하고 달리기를 열심히 해서 몇 달만에 12kg을 줄이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위험한(?) 몸무게에 상당히 근접해져서 늘 신경을 쓰고 지내지만 예전처럼 열심히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은 별반 하지 않고 있다. 거기에는 나의 태평한 의식도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밤에 늦게까지 앉아 있다보니 입이 궁금한 적이 많아서 밥도 비비고, 국수도 비비고 때로는 라면까지 끓여서 먹을 때가 있는데 꼭 맛보라고 권하는 버릇이 있다. 어쩐지 혼자 먹는 것이 미안해서 도저히 숟가락이 입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로 원하지 않을 때는 먹는 이야기를 하거나 권하지 말라고 남편이 여러 번 이야기했음에도 대부분 맛보게 하는데 성공한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며 살아요? 그냥 편하게 먹고 정 부담스러우면 조금 더 걷거나 뛰면 되지요."

"지난번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코메디언의 사인이 너무 많은 체중을 줄여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다네?"

 

그동안 살아오면서 먹는 것을 그다지 탐하는 일이 없는 반면에 억지로 참아본 일도 없다. 물론 다이어트를 해본 일은 더더욱 없다. 먹는 것으로 인해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과민하게 먹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요즘 보니 맛 집 이야기부터 맛있는 음식 만들기 등 먹는 기사거리가 넘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여유가 많아서 기왕이면 맛있고 좋은 것을 먹자는 생각들을 하는데서 오는 것이리라.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대 불문하고 다이어트에 열중하고 몸짱에 신경 쓰는데서 비롯된 먹는 것을 절제해야된다는 생각이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작용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먹성 좋은 우리 부부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그 종류가 무엇이든 기분 좋게 아주 잘 먹는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외식할 때, 남편이 습관처럼 덜어놓은 공기 밥이 아까워서 내가 다 먹는 바람에 실제로는 남편보다 1.2배정도(많이 줄여서...,)를 더 먹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남편이 시누이와 이야기하는 가운데 '언니는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찌니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실상(?)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부담 없고(?) 남도 부담 없는(?) 정도면 되었지 싶다.

 

그러지 않아도 신경 쓰고, 고려하고, 고민하고, 배려하고, 해야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먹지 않고 먹는 것 줄이는 일에까지 노력을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이런 이야기도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고려하지 않은데서 나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The gem of Christlike character is formed by pressure and refined by friction. 
예수님을 닮은 형상의 보석은 환난으로 형성되고 갈등으로 연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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