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강사휴게실의 풍경

평화 강명옥 2006. 4. 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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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의를 하러 학교에 가면 강의 시작 전까지 강사휴게실에서 강의할 내용을 점검하기도 하고 100원짜리 커피를 빼서 먹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또 과제물을 걷을 때에는 강의 후에 점검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교강사라 함은 교수나 강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일텐데 교수들이야 연구실이 있을 터이니 굳이 휴게실을 이용할 일이 있을까 싶다.

 

휴게실에는 여러 대의 컴퓨터와 프린터가 있어 강의 자료를 작성하고 인쇄해서 쓸 수 있게 해놓았고 여러 종류의 신문들도 갖춰 놓아서 시간 보내기가 좋다.

 

강의 전후로 잠깐 있는 동안에도 꽤 여러 명의 강사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무엇인가 작업들을 한다. 어떨 때에는 열 명이 넘는 강사들이 컴퓨터 앞에, 소파에, 탁자 앞에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사람 수에 상관없이 휴게실은 참 조용하다. 아무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마주 친다고 해서 서로 인사를 하는 법도 없다.

 

강의 첫날 내가 출석부 처리 문제와 출강 사인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휴게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주 젊은 강사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친절한 답변을 한 그 강사와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데 첫날 무슨 과목을 강의하느냐고 물어본 것 외에는 아직 이름도 모른다.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마주치면 서로 웃으며 안녕하시냐고 묻고 차는 마셨느냐고 묻는 것으로 끝난다. 좀 더 아는 것이 진전될 수도 있지만 평상시 조용한 휴게실에서 그렇게나마 대화하는 것이 유일해 보이는데 더 유별난(?) 행동을 하기가 조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물꼬를 트면 물길이야 터지겠지만 서로가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좀 더 근본적인 것은 강사라는 직업이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는(?) 나그네 직업이라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가는 곳마다 일일이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한다면 그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렇게 어색함에도 침묵을 지키며 서로가 없는 듯이 지내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나마 대학 강의는 오전에 하는 것이라 강사휴게실을 이용할 수가 있는데 대학원 강의는 야간시간이라서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이면 휴게실이 문을 닫아버려 이용할 기회가 없다. 텅 빈 조용한 강의실에 앉아 수강생들을 기다리면서 번번이 나그네 같은 기분을 느끼고는 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만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이 좋으니, 아무래도 나의 마지막 직업은 이 나그네길이지 않을까 싶다.      

 

 

It is a strange thing that, while all would live long, none would be old. - Benjamin Franklin 
모두가 오래 살려고 하지만 늙으려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 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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