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사막에서 살아 나오는 사나이

평화 강명옥 2006. 5. 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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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에 남편의 예전 상사 내외분과 함께 저녁을 한 적이 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남편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사막에 홀로 떨어져도 살아 나올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남편이 사회에 처음 진출하였을 때부터 죽 보아오셨고 지금까지도 친 형님처럼 관심과 사랑을 부어주시는 분이다.

 

유독 남편에 대한 그 평가가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았었는데 함께 세월을 보내면서 가끔씩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정작 당사자인 남편은 그 때 그런 대화가 오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동반자인 내게 더 필요한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그러한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함께 겪어 나가야 하는 연단 과정인지 모르나 여러 번의 폭풍우와 사막을 경험하게 되었다. 힘든 시절을 겪으면서 오히려 우리 두 사람의 사랑과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들이 되었고 또 되고 있다.

 

어떤 지인이 지금의 힘든 상황이 온 것에 대해 남편이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였을 때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다. 어떤 일이든지 남편의 돕는 배필로서 남편의 일이 내 일이요 당연히 함께 겪고 극복해 나갈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생각에 몰두하여 밤늦도록 또는 밤새도록 책을 쓰고 있을 때, 바이올린이나 기타 연주에 몇 시간이고 빠져 있을 때, 그리고 외출하는 남편의 뒷모습에서 나는 사막에서 살아 나오는 사나이를 느낀다.

 

낮에 태양은 이글거려 그 뜨거움을 주체못하고 밤이면 너무 추워 도저히 감당이 될 것 같지 않은 시림을 견디며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사막을 걸어나오는 나의 남자, 나의 남편의 모습에 가슴이 아릴 때가 많다.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며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좋은' 남편에 대해 '크게 쓰시려고' 시련을 주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정말 크게 쓰임 받을지 어떨지는 모르나 단단히 사람공부, 인생공부, 세상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막의 광야 길을 가면서 그렇게 춥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둘이 손잡고 가는 온기 때문이요 그리 뜨겁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은 늘 웃는 그 얼굴의 시원함 때문이다. 그리고 늘상 적절한 때에 만나를 주시고 물을 주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오아시스에 도착하리라는 소망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사막의 사나이'로부터 받는 사랑으로 인해 행복하고 그가 '오아시스의 사나이'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모든 것에 감사하다.

 

 

Will your memorial be a blessing or a blot? 
당신에 대한 추모사는 복된 것일까, 오점으로 더럽혀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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