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엄마, 외로와 하시면 안돼요.

평화 강명옥 2006. 7. 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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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외로와 하시면 안돼요."
"나 안 외로와. 편해."

 

내일 모레가 50인 딸이 칠십 넘으신 친정어머니에게 한 말이다. 

 

논문 쓴답시고 몇 달 동안을 얼굴도 비치지 않다가 모든 것이 마무리된 후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혼자 사시는 아파트에 모셔다 드리고 손잡고 기도한 뒤에 어머니 가슴속의 쓸쓸함이 느껴져 한 말이다.

 

칠십이 넘어서 아버지와 두 분만이 지내시다가 지난 봄에 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셨다.
매주 주일이면 큰아들 손주들이 교회에 갔다가 들러서 한나절을 놀고 간다.
작은 아들 가족도 가끔 주말이면 다녀간다.

 

시집오신 뒤로 계속 한 동네 살아서 오랜 친구 분들이 많다.
주중에는 친구들과 만나신다.
그래도 스물 넘어 만나 한평생을 같이 하신 아버지가 떠나신 빈자리는 어쩔 수가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 위에 앞으로의 내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래도 어머니에게는 상냥하지는 못해도 다녀가는 딸이 있고,
꼬박꼬박 생활을 챙기는 아들들이 있고,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혼자 계시는 할머니를 챙기는 손주들이 있다.

 

내가 더 나이 들어 어머니 나이가 되면 그리고 어머니처럼 혼자 남겨진다면....  
스스로에게 말을 건넬까?

 

"외로와 하면 안 돼."

 

이번 교회 수련회에서 성도들의 사진을 찍어서 만든 '천국수첩'이 있었다. 다른 성도들이 한마디씩 축복의 말을 써주는 것이었다.

 

그 중에 화제가 되어서 사진까지 찍힌 문구가 있었다.

 

"사랑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별로 글을 안 쓰자 스스로 적은 말이다.  

 

모두가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 홀로 하나님 앞에 서게 되는데 나는 무슨 말을 하게될까?
   
"평생의 길을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롭지 않았어요. 하나님."

 

 

Contentment is realizing that God has already given me all I need. 
만족이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채워주셨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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