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평화 할미

평화 강명옥 2006. 11. 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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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을 삼 년 만에 만났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 눈감고 쌕쌕 자는 모습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 엄마 통화하는 옆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보통이 아니게 들리는 나이가 되었다.

 

사실 약속한 인사동으로 나가면서 은근히 떨렸다.
사람 만나면서 떨어본 적은 없는데 세 살 배기 꼬마 만나는 것이 보통 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손녀딸이 내게 보여지는 게 아니라 내가 보여지는 것 같았다.
감기기운이 있어 핑크 마스크를 하고 나타난 꼬맹이는 처음에는 긴장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만 얼마 안 있어 편안한 표정으로 장난도 걸었다.

 

딸이 내가 누구냐고 묻자 교육받은 대로(?) 평화할미란다.
이제 말을 막 배워나가는 아이에게 평화라는 말이 그렇게 발음하기 힘든 줄 처음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화할미에서 소연할미로 승격(?)되었다.

 

이제 제가 좋아하는 노래도 흥얼거릴 줄 알고 좋아하는 동물 그림도 열심히 그린다는 아이는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어른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커다란 찻잔의 모과차를 마시고 찻집에서 나오는 골목길에 제 엄마와 내 손을 잡고 기분이 좋아 팔짝거리며 뛰고 매달리기도 한 손녀는 나와 다시 만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까지 찍었다.

 

내년이면 동생을 보게되는 손녀는 벌써부터 이 세상에 나올 둘째를 챙길 때가 있단다.
장난끼도 많고 옆에 있는 사람 배려도 할 줄 아는 손녀가 말 그대로 구김살 없이 잘 자라기를 바란다.

 

하나님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위로를 주신다.

 

 

 

His eye is on the sparrow, and I know He watches me.- Martin 
참새까지도 지켜보시는 하나님, 그가 나를 지켜보시는 것을 안다. -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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